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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전재우] 通하길 원하면 믿어라

[데스크시각-전재우] 通하길 원하면 믿어라 기사의 사진

지난달 15일 트위터에는 “후쿠시마 2호기 폭발. 바람 방향도 한국 쪽으로 바뀜. 비가 온다면 절대 맞지 마세요. 주변에도 전달해 주세요. 이르면 오후 4시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합니다”라는 글이 돌았다.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찰은 늘 하던 방법대로 대처했다. 최초 유포자를 검거하기 위해 즉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글을 유포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기상청의 대응은 달랐다. “사실무근”이라는 트윗을 돌리며 즉시 대응했다. 이후 기상청은 일본의 지형, 후쿠시마와의 거리, 편서풍 등을 이유로 들며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오기 힘들다고 했다. 과학적인 설명으로 일정부분 신뢰도 얻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윗을 취소해 달라는 메시지를 다시 날렸다. 경찰의 수사 여부와는 상관없었다. 소문은 잦아들었다.

기상청의 대응은 어떤 소문이나 괴담이 나올 때마다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처방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불안했지만 국민은 기상청의 설명을 믿었다. 문제 상황은 그 이후 벌어졌다. 3월 23일 강원도에서 방사성 제논이 발견됐고 29일 한반도 전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로 유입됐다. 그런데 프랑스 기상청은 이를 예상했다는 글이 트위터를 타고 돌았다. “방사성 물질이 절대 오지 않는다더니….” 믿음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성 물질 검출 사실을 처음에는 딱 잡아떼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면서 ‘극미량’이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1인당 연간 허용치의 3분의 1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극미량은 안전하다고? 쌓이면 유해한데….”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왜 나왔는지 안중에 없었다. 원장의 연임 때문에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망은 불신으로 이어졌다.

7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다. 온라인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방사성 비 때문이었다.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와 독일 기상청은 방사성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의 “극히 희박하다”는 설명은 국민에게 무의미했다. 7일 내린 비에선 미량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일본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을 말한 첫 트윗은 당시 상황에서 미검증 자료 유포일 수도, 유언비어일 수도, 군걱정에 나온 불안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 트윗의 내용은 사실로 나타났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았든, 북극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든 상관없다. 방사능 물질은 한반도에 내려앉았다.

일본 원전의 방사능 공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번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과의 불통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보였다. 유언비어는 불안감에서 나온다. 불안감은 신뢰 부족에서 시작된다. 믿을 수 없는데 자꾸 믿으라고 하면 의혹은 유언비어로 확대 재생산된다. 방사능 확산을 얘기했던 첫 트윗에 대한 기상청의 대응은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말을 차단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국민은 납득한다.

허위 사실을 걸러내는 국민들의 합리적 판단과 누리꾼의 자정 능력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내 생각이 틀렸다고 판단됐을 때 사과하고 말을 거둬들였다. 국민과 누리꾼은 정부와 정치권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익명성 뒤에 숨어있지 않다. 익명성을 더 이상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추적하면 다 나온다.’

이번 상황에서도 정부와 관계기관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내 말을 믿으라고 강변하는 모양새도 나왔다. 네 말에 동의 못한다며 여전히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단속하려고만 했다.

소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국민을 믿고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내놓으면 된다. 국민을 믿고 약점을 고백하면 된다. 함께 고민해 개선하자고 약속하면 된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말처럼 소통이 시작되면 뜻이 오가고 아름다운 변화가 생겨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전재우 디지털뉴스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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