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해 프로야구에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다. 관중이 예년보다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열기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할까? 바쁜 일상에도 애써 경기장을 찾거나 그렇지 못하면 텔레비전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본다. 물론 스트레스가 해소되기 때문에 스포츠에 열광할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현대 사회가 거대화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 지역, 국가를 알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 소식도 알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항상 업데이트해야만 한다.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다. 원전 사고가 조성한 불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이런 것을 보완하는 것이 스포츠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특정 팀의 팬이다. SK 와이번스 팬이라면 박경완 선수가 부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누가 포수를 봐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출발해 라인업을 자기 나름대로 만들어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작전 하나하나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구단의 선수 트레이드에 관해서도 발언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된다. 팀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알 수가 없지만 팀은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 싶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거대 사회 속의 불안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무엇인가 자신이 장악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모든 것이 연출된 이미지인 현대 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텔레비전 에 있는 모든 것은 이미지다. 다큐멘터리도 편집된 것이다. 편집된 화면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제작자의 의도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정치인의 이미지도 연출된 것이라고 여기는 세상이다. 화면 밖에서도 우리는 이미지를 파는 광고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이런 세상이 지겨운 것이다. 따라서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세계, 각본이 없어도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세계,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성취하는 세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스포츠 세계다.

어떤 사람은 4시간 이상 야구를 보는 나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야구를 보는 시간에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장악할 수 있는 완결된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회복하고, 있는 그대로의 살아 있는 세계를 체험함으로써 회복하는 것이다. 회복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탁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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