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임] 문화재 환수, 이제 시작이다 기사의 사진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즉 조선왕실의궤 297권 가운데 1차분 80권이 오늘 도착하고 5월 말까지 모두 돌아온다. 약탈당한 지 145년 만의 귀환이다. 그간 의궤 반환을 위해 노력한 정부, 학계, 시민단체, 줄기찬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때로는 채찍질도 마다 않은 국민들이 이룬 쾌거다.

국민 성원으로 이룬 쾌거

일부에서는 이번 반환이 소유권 이전이 아닌 장기대여라는 점에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오랜 분쟁 끝에 문화재를 원소유국에 돌려주는 것은 이름은 장기대여라 해도 실질적인 반환에 해당된다. 반환된 의궤 중 일부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는 2015년 프랑스에서 전시된다는 계획과 관련해 다시 프랑스 측에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기우라고 생각한다. 국제법상 전시 목적으로 출국한 문화재를 억류하는 것은 불법 행위이므로 프랑스가 두 번씩이나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의궤 약탈은 명백한 불법 행위였기 때문에 프랑스가 언제까지나 이 불법의 과실인 의궤를 소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늘날 문화재 약탈이 불법이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이고 국제법의 정신이다. 약탈국들은 대부분 유출 경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 즉 불법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궤변으로 불법을 호도할망정 불법이라고 인정하면서 반환을 거부하는 예는 없다. 따라서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이 스스로 기록한 분명한 유출 경위로 인해 불법이 확실히 드러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은 사필귀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를 통해 불법 반출해 간 조선왕실의궤 167권 전부를 반환하기로 약속한 것도 반출의 불법성을 어찌할 수 없었기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법적 문제를 떠나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이든, 적법하게 반출되었다가 돌아오든, 문화재가 원장소로 귀환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학문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문화재는 그것을 탄생시킨 한 문화의 물증으로서 그 문화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단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이 태어난 문화 속에 존재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프랑스와 관계가 전무한 의궤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전시만 해 놓고 있는 상황은 백화점 가득 명품을 진열해 놓고 자랑스러워하는 상점주인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프랑스 지식인들과 국립도서관 사서들이 의궤를 점점 불편하게 느끼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국내 분산된 의궤도 통합을

의궤가 모두 돌아오면, 의궤에 담긴 조선왕실의 문화와 정신에 대한 연구가 국내적으로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며, 의궤는 문화재로서 더욱 커다란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궤의 귀환이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문화재의 물리적 귀환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의 굴곡과 시련의 증거로서 의궤의 귀환은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다. 조선 왕실의 의전규범을 위해 제작되어 조선 왕이 친히 열람하던 왕실의궤는 약탈당한 지 100년 만에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도서관 창고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서야 우리는 프랑스 정부와 그 반환을 위해 힘겨운 교섭에 들어섰고, 교섭이 개시된 지 19년 만에 타결을 본 것이다.

조선왕실의궤의 귀환은 그것이 최종목표가 아니라 어쩌면 불법 약탈된 우리 문화재 환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병인양요 당시 의궤와 함께 약탈된 다른 고서에 관해서도 이제부터 그 대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내에 분산되어 있는 의궤도 합당한 방법으로 통합하여 온전한 의궤 컬렉션을 구성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김경임(중원대 교수·전 전 駐튀니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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