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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의구] 통 큰 고소고발 취하 유감

[데스크시각-김의구] 통 큰 고소고발 취하 유감 기사의 사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여야 고소·고발들을 취하하기로 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올렸던 징계요구안들도 자진해 거둬들이기로 했다. 다음 달 각각 임기가 끝나는 두 사람은 최근 만나 이런 ‘통 큰’ 합의를 이행키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하되는 고소·고발 및 제소 건은 주로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 사이 주먹다짐을 비롯해 양당 의원·당직자 간 몸싸움은 물론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의화 국회부의장,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을 상대로 민주당이 제기한 윤리위 제소 건도 포함된다. 이 밖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박 원내대표에 대한 민·형사 고발도 취하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배후로 청와대 김윤옥 여사를 지목했던 강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과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윤리위에 제소했던 안 대표의 ‘자연산’ 발언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고별 간담회를 하면서 “박 원내대표와는 참 잘 지냈고 여러모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합의 내용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상도동과 동교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민주화 운동의 오랜 동지다. 공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통 큰 합의에 어울릴 만한 경륜도 갖추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 원내사령탑으로 대군단을 지휘하다 보면 사적 관계나 개인적 뜻과는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이런저런 불미스런 일들을 임기가 마무리되는 마당에 정리하고 가겠다는 생각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통 큰 용서 이면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많은 부분을 정치적으로 털고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성회·강기정 의원의 주먹질 과정에서 강 의원은 입 주변을 여덟 바늘이나 꿰맸고, 김 의원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거대 여당에 맞서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다수결 원리를 무시하고 의회절차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데 저항했다는 두 의원의 명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위 자체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본인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심야의 혈투’ 등으로 희화화돼 청산돼야 마땅할 국회 폭력의 전형적인 사례로 회자됐다.

강 의원의 김 여사 발언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격노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을 검토키로 했다. 이 의원이 제기한 안 대표 아들 문제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판정이 내려졌다. 진보 진영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까지 나서서 터무니없다고 밝히자 야당에서 재빨리 주장을 거둬들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사안의 근저에는 근거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생경한 제보를 전달하는 폭로 정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차기 원내대표에 부담이 될 부분은 털고 가는 게 전임자의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표면화된 사건들의 뿌리에 음흉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 정치의 악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사안들을 마치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덮고만 간다면 차기 원내지도부에는 어떤 과제가 전승되는 것일까? 새 지도부도 정치권의 덮고 넘어가는 ‘미풍양속’을 반복만 한다면 우리 정치는 무엇이 발전하는 것일까?

상궤를 벗어난 무지막지한 충돌이나 대립도 임기가 끝나면 일거에 정치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의식이 더욱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안일한 인식이 구폐의 확대 재생산을 부추기는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험한 싸움을 하더라도 금도를 넘지 않고, 위신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국회 풍토를 조성하려면 쉽게 용서하고 쉽게 털어버리는 관행은 청산돼야 하지 않겠는가.

김의구 정치부장 egkim@kmib.co.kr







김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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