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새우 유시민의 고래 삼키기 기사의 사진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은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정치적 계산법에 의해 이뤄진 도박이었다.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전체 원내 299석 중 125석) 정국구도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여권에 그럴듯한 차기 주자도 없었다. 민주당의 김영삼은 대선에서 패한 데 이어 총선에서는 겨우 59석을 얻어 70석을 얻은 김대중의 평민당에도 져 제3당으로 밀렸다.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은 35석을 얻어 세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소수 세력으로 집권한 YS

노태우로선 정국구도를 여대야소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김영삼으로선 집권하기 위해서 여당으로 변신하면서 김대중을 고립시키는 게 필요했다. 합당할 경우 노태우로선 자신의 사람들 중에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김영삼이 차기 여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김종필과 의기투합하여 김영삼으로 하여금 내각제 개헌 합의 각서에 서명하도록 밀어붙여 성공했다. 노태우 측은 혹 내각제가 실패하더라도 민주계에 비해 절대 우세한 민정계의 세력으로 김영삼을 팽시키고 자신들의 사람을 차기 주자로 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에 반해 김영삼은 내각제 개헌에 합의해 줬지만 그 합의를 깰 자신이 있었으며, 대통령제가 유지될 경우 민정계에 대통령감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뚝심으로 밀어붙이면 여권의 차기 주자가 되리라고 확신했다. 노태우와 김영삼의 여러 차례 접전 끝에 결국 김영삼의 확신대로 그는 소수 세력으로서 여당의 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될 것이다.” 작년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깃발을 올린 국민참여당의 창당 때 유시민 대표가 한 말이다. 당시엔 국민참여당의 창당 멤버들이 크게 주목받는 인물들이 아니어서 그의 말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호언이 허장성세만은 아니었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유 대표의 말에서 새우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참여당을 가리키며, 고래란 제1야당인 민주당, 나아가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을 가리킨다. 국민참여당이 집권하겠다는 얘기다.

기자가 보기엔 민주당을 삼키겠다는 유 대표의 1차적 목표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희미하나마 가시권에 들어왔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이랄 수 있는 이광재와 안희정이 비록 민주당 간판으로이지만 강원과 충남지사에 당선됐으며, 김두관이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그리고 비록 패했지만 역시 노무현의 사람인 한명숙과 유시민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번엔 국회의원 재보선 김해을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민주당의 곽진업 후보를 물리쳤다. 그곳이 노무현의 고향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국민참여당 후보가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에선 유시민 대표가 혼자 뛴 데 반해 민주당은 국회의원 40여명이 현지에 내려가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전체가 유 대표 하나를 못 당했다고들 한다.

새우에 판판이 당하는 민주당

작년 경기지사 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유 대표에게 석패한 민주당의 김진표 의원은 최근 유 대표에게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당한 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것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을 인수 합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나, 김 의원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유 대표는 늦어도 내년 대선 때까지는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의 세를 키운 뒤 합당 과정에서 일정 지분을 얻어내고 민주당 내에 포진하고 있는 노무현계를 아우르면 대선 후보 경쟁에서 자신이나 다른 노무현의 사람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이 소수 세력으로 다수 세력을 삼키고 집권에 성공했다. 지금의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이 그 때의 김영삼 세력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작은 새우이긴 하지만 고래를 삼키겠다니까 지켜볼 일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