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리그 우승팀이 진짜 챔피언이다 기사의 사진

2010-11년 배구 챔피언은 어느 팀일까? 정규리그 3위 팀인 삼성화재가 1위 팀인 대한항공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한 것인데 삼성화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나섰기에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3위가 1위를 상대로 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기에 부담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 팀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우승하였는데 또 결정전을 치른다는 것은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겨야 본전 아닌가.

배구만 이런 것이 아니다. 지금 한창 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진행되고 있다. 동부와 KCC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데 두 팀 모두 정규 리그 1위 팀이 아니다. 1위 팀은 KT였다. 1위 팀이 탈락한 상태에서 챔피언 결정전이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 마디로 챔피언과 우승 팀이 다른 데에서 비롯된다. 정규 리그 우승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이기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챔피언 결정전 승자와 우승 팀 중 어느 팀이 2010-11년 진정한 승자인가?

나는 정규 리그 우승팀이 챔피언 결정전 없이 우승을 확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챔피언 결정전을 만든 이유는 팀의 수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우승이 일찍 확정되면 남은 경기들의 흥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든 팀에게 마지막까지 희망을 주어서 끝까지 관심을 붙잡아두려는 의도 아닐까. 4위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기나긴 정규 리그는 결국 예선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한 시즌의 거의 대부분을 예선으로 보낸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예선은 통과만 하고 힘을 비축하였다가 결정전에 승부를 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마라톤 42.195㎞를 뛰고 난 뒤 상위 10명을 뽑아 조금 쉬었다가 1㎞를 뛰어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영국 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정규 리그 우승 팀은 그냥 챔피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가 있는 것이다.

챔피언 결정전을 없애는 대신 모든 팀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하는 토너먼트 대회를 만드는 것도 팬들을 위해 좋을 것 같다. 리그에는 약하지만 단기전에 강한 팀이 있으므로 이런 대회는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승팀이 일본, 중국의 우승팀과 함께 대회를 치르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국내 리그 우승팀이 다른 나라 리그 우승팀과 만나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일지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순위 다툼을 다시 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 우승팀과 겨루는 것이 실력 향상에도 좋고 팬 서비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으로 우승한 팀과 선수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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