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이승만과 4·19 화해 아직은 아닌가 기사의 사진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가 ‘춘추’라는 사서(史書)를 통해 엄격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선악을 논하고 대의명분을 지켜 노(魯)나라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을 비롯하여 후세의 사가들이 전범으로 삼은 필법이다. 우리도 고려와 조선 시대에 역사를 기록하는 관청을 춘추관이라 했다. 청와대 기자실과 대통령 회견장 등이 있는 부속 건물의 이름이 춘추관이다. 춘추필법으로 준엄하게 역사를 써 나가라는 뜻일 터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살아있다

그러나 공자가 쓴 ‘춘추’인들 100%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선악을 논하고 대의명분을 지켰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공자도 주관적인 가치관과 역사관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은 아무리 공정하게 기록한다 해도 거기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든 사람이 그러한 주관에 동의할 순 없을 것이다. 실제로 후세의 사가들 사이에 춘추의 어느 부분은 지나치게 축소됐다느니, 어느 부분은 그 반대라느니 시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과 기념사업회가 지난 19일 4·19민주묘지에서 사죄하려다가 4·19 유관단체 회원들의 물리력에 의해 거부당했다. 유족과 기념회 측은 4·19 희생자들에게 사과함으로써 이 전 대통령과 4·19 민주세력과 화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4·19 유관단체들은 저쪽이 광화문에 독재자인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등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려는 공작의 일환으로 이벤트를 마련했을 뿐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으냐를 따지려는 건 아니다. 다만 역사적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한마디로 평가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공자의 춘추처럼 그 시대 최고의 양식을 갖췄다는 제3자가 최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역사를 평가한다 해도 거기에 시비가 붙기 마련이다. 최근에만 해도 일제에 항거한 독립투사로 공인됐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친일파로 전락한 예가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의 평가에 대해서야 더 말해 뭐하랴. 이 전 대통령이 독립투사요, 민주대한의 건국에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동시에 3·15 부정선거와 4·19 무력 진압 시도 등으로 독재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디에 서서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를 한마디로 평가하려 하면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비가 있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공인(公認) 평가는 후세의 사가들에게 맡기고 관련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당대에서는 피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물론 사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더라도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야 있을 것이다. 또 그런 개인들의 평가가 큰 방향에서 수렴되면 공인된 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4·19 민주묘지 사단이 벌어진 것은 이 전 대통령의 동상 및 기념관 건립 등과 무관하지 않다. 유족과 기념사업회 측이 동상과 기념관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4·19 유관단체들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대통령들 예우 같아야

전직 대통령들의 동상이나 기념관 건립 문제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논란을 빚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의로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추진됐었다. 예산상의 이유로 이 문제가 재론됐을 때 기자는 기념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글을 썼었다. 국가 예산으로 특정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만 세우는 게 옳으냐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기자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국가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관이나 동상을 세우려면 공평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공과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도 어쨌든 대한민국의 역사로서 평가는 국민 각자에 맡기면 된다. 국가 예산이 아니고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성금으로 특정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이나 동상을 건립하는 거야 시비될 게 없을 것이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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