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달러화 추락] “美국채 투자 매력 없어… 원화·위안화 주목하고 있다” 기사의 사진

“미국 국채를 팔고, 아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채권과 싱가포르·호주달러·원화(한국)·위안화(중국) 등 네 나라 통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근처 핌코 사무실에서 만난 홍기명(52)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최근 핌코의 투자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미 정부의 2차 양적완화가 6월 종료되면 더 이상의 양적완화책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미 국채를 사들일 주체가 없어지면 채권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동안 두 차례 ‘양적 완화’로 달러가 넘치고 있어 가치가 하락한 만큼 더 이상 투자 매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채권전문 자산운용사 아·태 대표와의 인터뷰 시점이 하필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재무부 채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직후여서 그의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미국 내 경제전문가들도 제로금리 상태에서의 2차 양적완화 조치는 세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화 가치만 하락시켜 미국의 채권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그룹인 알리안츠보험의 자회사이기도 한 핌코는 지난해 7월 홍 대표를 아·태지역 총 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는 국내 1세대 국제금융인으로 현재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홍 대표는 (미 국채) 대신 신흥국 채권과 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호주달러·원화(한국)·위안화(중국)를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V자 회복 중인 신흥국의 채권과 선진국에 비해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 통화 절상(가치 상승) 여지가 충분한 아시아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에 대해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0.01%의 수익률을 더 얹어주려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핌코는 향후 6∼9개월간 미 국채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달러화 약세) 본다”고 전망했다.

홍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은 V자, 미국은 V와 U자 사이, 유럽은 U자형으로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멀티 스피드’(3개 지역의 속도가 각기 다름)로 가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핌코가 지난 2월 ‘토털리턴펀드’에서 미 국채 비중을 ‘제로(0)’로 낮춘 또 하나의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22%였던 이 펀드의 미 국채 비중을 올 1월 12%, 2월에는 0%까지 급격하게 낮추자, 당시 ‘미 국채시장의 큰손이 달러를 버렸다’는 말이 흘러나오며 채권 시장이 출렁였다. 핌코의 대표 상품인 ‘토털리턴펀드’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60억 달러(약 255조원)에 이른다.

홍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채권 시장만 봐도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과거처럼 장기 채권을 사서 금리차로 돈을 버는 시대는 가고, 변동금리를 이용해 단기물 위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홍콩=글·사진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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