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中 불량식품 노출의 역설 기사의 사진

업튼 싱클레어가 1906년 쓴 ‘정글(The Jungle)’은 미국 시카고 도축장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한 소설이다. 당시 시카고는 세계 최대의 도축지역이었다. 도축된 쇠고기는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으로까지 수출됐다.

소설에서 드러난 당시 도축장의 모습은 미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병든 소가 도살되고, 썩은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약품을 마구 뿌렸다. 핏물이 넘쳐나는 고깃덩이는 먼지와 톱밥이 가득한 창고에 내팽개쳐졌다. 고깃덩이들 사이에는 쥐떼가 득실거리고 쥐약과 쥐똥도 널려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 실태를 확인한 뒤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 ‘신선 식품 및 의약품법’과 ‘식육검역법’이 탄생했다. 현재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들 법이 모태가 됐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6년 연말. 청와대 경호실은 대통령 밥상에 오를 콩나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당국에 검사를 의뢰했다. 콩나물에서는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카벤다짐이라는 농약이 검출됐다. 당시 검사는 신문에 ‘농약 콩나물’ 기사가 실린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서는 불량식품에 대한 검사가 대폭 강화됐다. 그 해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본부는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승격됐다.

중국에선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불량식품이 적발되고 있다. 고급육으로 알려진 돼지 ‘젠메이주(健美猪)’는 금지 약물인 클레부테롤과 렉토파민을 섞은 사료를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옥수수 가루 대신 색소를 넣어 만든 ‘염색 만두’, 유독성 유황으로 훈제한 ‘독 생강’, 아질산나트륨 등 유해 첨가제를 넣은 콩나물, 유독성 공업용 원료인 파라핀과 유해 화학 첨가제 등을 사용한 당면, ‘염색 김’ 등. 대체 어떤 것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중국 내 인터넷 등에서는 탄식과 함께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식품을 수입하는 외국에서는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겨우 4000달러를 넘어섰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수준이다. 성장통을 겪을 당시 한국에서도 온갖 불량식품이 사회문제가 되곤 했다. 중국의 현 수준을 감안할 때 어느 지방에선가 불량식품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사실 과거 중국에선 불량식품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정부 당국이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 쉬쉬했고, 언론도 통제됐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은폐된 채 유통되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은 물론 CCTV와 인민일보 등 관영 언론까지 대부분의 매체가 실태를 고발하고 폭로한다. 국민들의 신고정신 등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정부는 드러내놓고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불량식품 사범에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게 하는 등 강경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도자들도 직접 나서 불량식품 척결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는 적어도 모니터링이 심도 있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미국에서 ‘정글’이란 폭로소설, 한국에서 농약 콩나물 신문기사가 불량식품 퇴치와 식품안전의 계기가 된 것처럼 중국도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사실 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품은 청결하고 안전하다. 또 한국을 비롯해 외국으로 수출되는 식품의 경우 안전기준이 국내보다 훨씬 강화된 것으로 대부분 해당국가의 품질기준을 충족한다. 중국 내에서 불량식품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서 ‘중국산 식품’을 무조건 불신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이며, 희망적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베이징=오종석 기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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