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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해설자가 전문가로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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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으로 야구를 볼 때 해설자 없이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캐스터 혼자 3시간을 중계한다면 아마도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 해설자가 단순한 해설자가 아닌 전문가로 보일까?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설명보다는 예측을 하는 경우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사건 앞에 하면 예측이고 뒤에 하면 설명이라는 말이 있다. 날씨가 좋은 예다. 내일 날씨가 저기압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고 하면 예측이지만, 비가 내린 후에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다고 하면 설명이다.

나는 해설자가 플레이 뒤에 결과론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플레이 전에는 애매하게 여러 가지 경우를 말해놓고 플레이가 이뤄지고 난 후에는 그중 하나를 골라 열심히 설명하는 해설자를 전문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가 온 후에 어떻게 해서 비가 왔는지는 어느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설명할 수 있지 않은가.

야구장에 가면 해설자 못지않은 해박한 야구 지식을 가진 팬이 많다. 팬들은 보통 결과론을 펼친다. 그때 투수 교체했어야 했는데 혹은 오늘 타순은 잘못됐다는 말들을 한다. 안타까움의 표시일 것이다. 전문가는 플레이 전에 예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예측이 자주 틀리면 그냥 팬으로 남으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기치 못한 사고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경우다. 야구를 보다 보면 갑자기 평소와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가 있다. 어, 왜 어필을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별다른 것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해설자가 명쾌하게 알려준다면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해설자도 잘 몰라서 이러저러한 말을 늘어놓고 결국에는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이 나오고 나서야 상황을 정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런 경우라면 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다.

전문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야구 규칙 몇 조 몇 항에 의하면’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일반 팬과 다를 게 없다. 일본 원전 사고를 보면서 과연 원전 전문가가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 것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의와 일반의사의 차이도 위기 대처 능력이라고 한다.

내가 싫어하는 해설자를 덧붙여 보자. 시합 전에 선수, 코치, 감독을 만났다고 중계 내내 말하는 해설자이다. 시합 중엔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수비 위치 변화가 미세할지라도 중요한 의도가 있는 것이다.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알려줘야 하는데 시합 전에 만났던 감독 이야기로 시간 허비하는 유형의 해설자는 싫다. 시합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알려줘야 하고 또 재미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물론 이런 해설자가 전문가인 경우는 거의 없다.

탁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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