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구본홍] ‘나가수’ 1등을 탈락시켜라 기사의 사진

고객은 왕이다. TV방송의 고객은 시청자다. 고로 시청자는 왕이다. 그런데 MBC의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왕이기는커녕 보여주는 대로 보고 시청률이나 올려주는 존재로밖에 보지 않는 듯하다.

‘나는 가수다’에 등장하는 가수들은 한국 최고 수준이다. 각각 마니아 팬들을 끌고 다니며 팬덤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스타들이다. 가창력으로도 슈퍼스타급이다. 광팬들이 그들의 무대를 쫓아다니며 충성하는 것도 진실로 그들이 실력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은 일정한 마니아 팬을 가진 스타가수들을 서바이벌 게임이란 형식으로 매주 등수를 매겨 꼴찌를 하나씩 탈락시킨다는 지극히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발상이 문제였다.

공중파 방송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보편타당하고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방송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연예인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연예 오락이 매주 슬픈 무대로 전락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꼴찌로 망신을 준 가수들이 또 어디에 설 수 있고 무슨 낯으로 “나는 가수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슬픈 무대 된 연예오락 프로

이런 프로그램에 어떤 가수가 나오고 싶었을까. “여기에 나오지 않으면 스타 가수에서 이름이 빠지게 된다”는 위험성 때문에 아마도 마지못해 나왔으리라 짐작된다. 그런 그들은 모두가 스타급이어서 꼴찌로 탈락한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 우울한 분위기가 화면을 숙연하게 만들 것이며, 보는 시청자들도 우울해질 것이다.

내용이 유익하고 공정하다면 또 모르겠다.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 엄청난 부담을 안고 나왔다면 치밀한 측정방법과 룰을 통한 공정하고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그 룰이 시종일관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탈락자가 승복하게 된다.

참으로 기괴한 것은 지난달 20일 경연에서 7명 중 김건모가 꼴찌가 되는 ‘이변’이 일어났는데 승복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가수는 자기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 채점하는 패널들을 불러놓고 그들의 평가를 그렇게 깔아뭉개도 되는 것인가.

그 이후 인터넷은 김건모가 꼴찌가 된 데 대한 비난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물론 찬성도 있었다. 워낙 비난이 거세지자 방송사는 전광석화처럼 PD를 포함한 관련자를 모두 경질하고 새 PD에게 프로그램을 맡겼다. 프로그램도 일단 ‘임시휴업’했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MBC는 다시 ‘나는 가수다’를 제작 방영한다고 한다. 문제는 잃었던 신뢰가 회복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MBC 제작진뿐 아니라 모든 방송인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꼴찌를 떨어뜨리는 네거티브(negative) 형식으로 가지 않고 포지티브(positive) 형식을 택했어야 했다. 왜 굳이 꼴찌를 떨어뜨려서 최후의 1명을 남기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최고의 스타들을 점수로 가르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과연 마지막 1명을 이 나라 최고의 가수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긍정적으로 발상 전환해야

구태의연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처럼 매주 1명을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이 아니라 역으로 매주 1등을 뽑아서 “당신은 1등을 했으니 됐다. 내려가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1등해서 명예를 얻었으니 물러가도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방송에 더 오래 나오고 싶어서 오히려 1등을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케이블 방송사의 ‘슈퍼스타 K’에 자극 받았다고 한다면 더 좋은 독창적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는 것이 힘센 공중파의 자세라 할 것이다. 그 길은 1등을 탈락시키는 긍정의 발상뿐이다.



구본홍(CTS TV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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