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판석] 국제사회 기여와 시대적 사명 기사의 사진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인도주의적 원조를 계속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G20 회의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발전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시선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발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제하면 현재까지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에 안주하기보다는 국제 사회의 선도국으로서 감당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국내와 내부문제에 몰입해 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우리는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세계 10대 경제 규모로 성장한 나라답게 유엔 등 국제기구가 수행하는 지구적 문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를 세워 지구상의 절대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실적은 지역에 따라 상이하다.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제발전 등의 영향으로 약간의 호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정체상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지속된 가뭄과 내전 등으로 그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아프리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생존을 위한 가장 기초 요소인 물이 부족하여 고통을 받고 있다. 물이 귀한 지역에서는 생활용수는 차치하고 식수를 구하기 위해 매일 원거리를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많으며, 수자원을 둘러싸고 내전과 국가 간 분쟁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가 상상하는 아프리카의 울창한 삼림은 지구 온난화와 생존을 위한 벌목으로 인해 날로 황폐화되어 원시 밀림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생태계 질서의 파괴를 초래하여 다양한 생물종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사막화현상을 가속화시켜 농경지를 감소시키고, 식량 생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영양실조와 기아가 심화되는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외원조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도주의적 원조는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효과적인 원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기업 등 민간분야도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상호협력 해야 한다. 인도주의적 원조는 당장에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원조를 통해 성장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원조를 주는 국가의 국민들도 큰 기쁨과 축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선진국들의 원조가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지의 빈곤국들에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빈곤과 기아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돕는 방법을 새롭게 개선할 때다. 사실 긴급한 구제는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러한 구제가 일상화되면 자력으로 해결할 의지를 키우기보다는 원조에 의존하는 종속성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원조는 의도하지 않은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주의 깊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차원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들 간에 특성과 관심분야를 나누어 지역과 분야별로 역할분담을 하거나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민간기관(기업, 시민사회, 종교단체, 봉사단체 등)도 인접한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활동할 것이 아니라 전문분야와 활동대상지역 등을 사전에 상호 협의할 필요가 있으므로 신뢰할 만한 민간협의체를 통하여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일지역에서 비슷한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인도주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돕고자 할 때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도, 그 효과가 즉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조의 추진과정에서 크게 실망하거나 낙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대양의 고래를 꿈꾼다면 우물을 떠나 큰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아니겠는가.

김판석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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