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조성기] 스토리를 바꾸면 기사의 사진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에베소서 4:26∼27)’는 성경 말씀이 있다.

‘분’은 헬라 원어로는 ‘오르게’인데 아닌 게 아니라 분은 우리의 혈압을 ‘오르게’ 한다. 또한 한문으로 보더라도 분(忿)은 마음이 나누어져 있는 모양을 상형하고 있다. 분을 내면 마음이 구심점과 안정감을 잃고 흐트러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누어지고 흐트러진 마음의 틈으로 온갖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들이 밀물처럼 파고든다.

마귀는 헬라 원어로 ‘디아볼로스’인데 틈으로(디아) 던지는 자(볼로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음의 틈으로 파고든 마귀는 분의 씨앗을 점점 키워 극도의 증오심과 살의(殺意)까지 품게 하고 급기야 행동으로 옮기도록 충동질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의 씨앗이 마음에 떨어졌을 때 빠른 시간 내에 지혜롭게 잘 처리하지 않으면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화내지 않는 연습’의 저자 류노스케도 화의 씨앗, 분의 씨앗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일상의 사례들을 통해 적절히 제시하고 있다. 그 저서에서 인상적인 문구들 중 하나는 ‘삶이란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게임과도 같다’는 구절이다.

대개 사람들이 분을 내는 이유를 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로 자존심이 상해서 분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忿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고

이런 화와 분을 적절히 처리하는 비결 중 하나로 추천되고 있는 것이 ‘스토리 바꾸기’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분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토리를 엮어가는 버릇이 있다. 다시 말해 이러이러하므로 나는 화를 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스토리의 결말을 맺는다는 것이다.

‘스토리 바꾸기’는 결말 부분이 달라지도록 스토리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을 말한다. 소설 창작론으로 이야기하면 시점(관점)을 달리하여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시점 전환 방식이다. 사이코드라마에서도 상대방 역할을 연기해보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시점에서 본인과 상황을 바라보도록 돕는다.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스토리 바꾸기’를 해보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 루스 카터 여사도 저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은사’에서 기억 치환 방식을 권면한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 현장을 마음으로 그려보도록 하고 그 자리에 예수님이 함께 계시는 장면을 삽입하도록 한다. 그 현장에서 상처 받은 자신을 깊은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예수님의 영상을 덧보태는 것이다.

이것은 기억 조작이라기보다 기억 치환이라고 할 만하다. 나에게 쓰라린 상처를 준 그 과거의 현장에 사실은 예수님도 함께하셨기 때문이다.

그런 기억 치환을 연습하다 보면 이제는 그 일을 기억할 때 두렵고 무서운 상황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에서 자신을 품어주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루스 카터 여사의 기억 치환 치료법으로 수많은 알코올·마약 중독자, 후천성 동성연애자, 비행 청소년들의 정신적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가해자를 용서할 수도 있다

기억 치환도 훌륭한 ‘스토리 바꾸기’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 바꾸기’를 연습하면 분노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어느새 연민의 대상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될 때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않고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인격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조성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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