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작은 선거 큰 의미 기사의 사진

지난주 실시된 재·보선 결과는 규모에 비해서 너무나 큰 의미를 남겼다. 기자는 그중에서도 국민들에게 무관심 내지 혐오 분야였던 정치를 관심 분야로 옮겨놓은 점을 가장 큰 의미로 꼽고 싶다.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를 ‘정치인들만의 리그’로 여겨왔으나 이번 재·보선은 매우 좁은 범위에 국한됐으면서도 해당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국지적인 선거가 국민적 관심을 끈 것은 1차적으로는 분당을 선거에 전직 여당 대표였던 강재섭 후보와 현직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인 손학규 후보가 맞붙었다는 흥행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국민들을 정치적 관심 층으로 끌어들인 것은 선거결과였을 터이다. 정치라는 게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모양으로만 되어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줬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 지역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 때마다 70% 안팎의 득표를 하여 한나라당에는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이런 고정관념 깨뜨리기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선 다른 후보들의 당선으로도 이어졌다. 손 당선자는 분당에서만은 안 된다는 측근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치인생을 걸겠다며 죽을 각오로 뛰어들어 대박을 터뜨렸으며, 초반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절반 남짓이었던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도 강원지사에 당선됐고, 노무현 후보의 텃밭이어서 국민참여당 후보가 무조건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고 여론조사도 그랬던 김해을에서 혈혈단신으로 객지에 뛰어들었던 한나라당의 김태호 후보도 사투 끝에 승리했다. 유권자가 지역이나 이념 등 어떤 고정관념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조종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의 주권자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국민들은 이제 국지적인 선거를 통해서도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다는 나라의 주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여당의 지도부, 내각, 청와대 참모진이 일신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내세워 거시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국정 운영은 국민과의 소통, 중산층 이하의 민생 문제 등 당장의 미시 현안 쪽으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vs 손학규?

선거가 남긴 의미 중의 다른 하나는 차기 대선의 1차 대진표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번 당선으로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가 그 선발 주자들이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선거패배로, 그가 당장 당 대표를 맡든 안 맡든, 박 전 대표에게 더욱 힘이 쏠리고, 기자가 얼마 전에도 썼지만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은 그의 주도로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명박계가 수수방관하진 않겠지만 화해하지 못하고 자칫 갈등을 키울 경우 한나라당은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게 뻔하다.

손 대표는 민주당의 도토리 키 재기 같던 주자선발전에서 우뚝 솟았으며 민주당의 내년 총선은 역시 그의 주도로 치르게 될 것이다. 또 손 대표는 김해을에서의 국민참여당의 패배로 “고래 삼키는 새우”를 내세우며 대권의 야망을 키워왔던 유시민 대표를 뒤로 떼어놓고, 무엇보다도 야권 연대의 기선을 잡는 엄청난 수확을 거뒀다.

이들 두 사람의 선발 주자 자격은 내년 총선 때까지이다. 총선에서 심판을 받아, 주자 자격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명박계와 박 전 대표가 국민의 경고를 엄숙히 받아들여 힘을 합치고 환골탈태하여 총선에서 승리하면 박 전대표의 주자 자격이 유지될 것이다.

손 대표 역시 정권탈환의 희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민주당에 그 희망을 불어넣어줬다는 점에서 큰일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가 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더 짙음을 알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받들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대권 가도는 보다 순탄해질 것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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