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 걸기-김나래] G20 그리고 MB와 박근혜 기사의 사진

솔직히 몰랐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국격 상승 운운할 때도 그저 우리끼리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한국에 모여서 회의 한 번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그런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특사로 유럽 방문길에 오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취재차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를 다니면서 현지에서 들은 얘기들은 예상과 너무도 달라 의외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아 역할하는 것을 보면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느꼈다. 앞으로 포르투갈도 한국과 진정한 파트너 관계를 이루고 싶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아마두 외교장관이 2일(현지시간) 박 전 대표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배석했던 강대현 주 포르투갈 대사는 이 말을 전하면서 “G20 개최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진 것을 몸으로 느낀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현지 외교관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강소국인 네덜란드는 지난 G20 정상회의 당시 셰르파 회의에서 초청국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한 외교관은 “네덜란드가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면서 “탈락한 충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회의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예전보다 더 한국을 존중하고 대접해 주더라는 이야기다.

서울 외교부 본부에도, 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일정 등을 묻고 의견을 타진하는 국가들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한 젊은 외교관은 “유럽 국가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홀대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면서 “G20 회의 이후 우리를 보는 눈이 너무나 달라져서 솔직히 G20이 이렇게 의미가 컸던 건지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특사 방문길에 박 전 대표에게 보여준 유럽 국가들의 환대 역시 달라진 국가 위상을 실감케 했다. G20 효과라고만 보긴 어렵고 박 전 대표가 한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을 감안한 ‘의전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만 이 국가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실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청은 부산항과의 협력 방안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포르투갈에서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녹색성장 관련 분야에 관한 양국의 교류 증진이 논의되기도 했다.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일지도 모르겠다. 외국에 나오면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흘러나오고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잠시 해외에 나와 있는 동안 기자가 느낀 착시 현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 취재를 하면서 국가 정상으로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비즈니스 외교’와 박 전 대표의 ‘특사 외교’가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적 현안을 둘러싸고 미묘한 불협화음을 냈던 두 사람이 적어도 외교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 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그럼에도 당이 깨지네 마네 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고 얘기하는 한나라당의 사정에 비해 너무나 한가한 느낌을 주고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혹시 이 장면에서 여권이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외교 분야처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윈윈 하며 ‘대한민국호’를 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더 생긴다면. 그리고 이들이 이명박 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이런 결과물을 더 내놓는다면 어떨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귀가 따갑게 듣는다는 말 “제발 친이, 친박 갈라져서 싸우지 좀 마쇼” 이런 말을 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김나래 정치부 기자 아테네=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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