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삼국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의 사진

세계피겨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김연아 선수가 돌아왔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랑프리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세계선수권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그럼 내년에는 어떤 성적을 낼까? 아마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안도 미키와 지난해 우승자 아사다 마오일 것이다. 아사다는 이번 대회에 부진했으나 지난 5년간 성적을 보면 세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라이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세 선수의 경쟁이 유례가 없다는 것이 흥미를 끈다.

세계선수권 성적을 보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미셸 콴의 시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5번이나 우승했고 준우승도 3회나 했다. 비록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쳤어도 미셸 콴을 전설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절대 강자의 시대가 끝나고 2년쯤 지난 후에 삼국지가 시작된다. 2007년이었다. 이 대회에서 안도는 우승, 아사다는 2위, 그리고 김연아가 3위를 차지했다. 세 명 모두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삼국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2011년까지 5년 동안 매 대회마다 두 명의 이름은 메달리스트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아사다가 우승, 김연아는 3위, 2009년에는 김연아 우승, 안도가 3위, 그러나 2010년에는 아사다가 다시 우승, 김연아는 2위였다. 그리고 올해 한물갔다고 여겨졌던 안도가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만 놓고 본다면 김연아가 열세다. 우승 횟수에서 안도와 아사다는 2회를 기록하고 있지만 김연아는 1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우승으로 상쇄하고도 남음은 있다. 어쨌든 이 세 선수는 지난 5년간 세계피겨를 지배해온 것이 틀림없다.

그럼 삼국지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승자를 예상하려면 기준을 정해야 한다. 어느 정도가 돼야 승자라고 할 수 있을까? 1980년대 독일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참고해 보자. 비트는 올림픽을 2연패했고 세계선수권에서 4번 우승했다. 이 정도 된다면 누가 봐도 승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도는 두 선수에 비해 세 살이 많다. 다음 올림픽에서 우승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 것 같다. 아사다는 이미 선수권에서 2회 우승 전적이 있기에 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까지 남은 3번의 선수권에서 2번 우승하고 올림픽에서 우승한다면 승자가 될 것이다. 김연아는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미 올림픽 우승 경력이 있으므로 다음 올림픽 우승과 함께 선수권에서 3번 우승한다면 완벽한 승자가 될 것이고, 2번 우승한다 해도 승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아도 아직 삼국지는 진행 중이다. 이런 삼국지가 피겨 역사에서 다시 재현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반쯤 읽은 셈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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