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익] 反공정·시장·서민의 5·1 대책 기사의 사진

정부가 1일 발표한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은 건설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과 집을 판 사람에 대한 양도세 면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가 그토록 외치던 ‘공정’ ‘친서민’ ‘시장친화’와 배치되는 동시에 주택정책 본래의 기능이 실종돼 버린 느낌을 준다. 왜 그런가?

먼저 핵심 중 하나는 고가주택이라도, 또 거주한 적이 없더라도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면제 또는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집을 가진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자신들이 살지 않을 집을 더 사서 집값 하락을 막아 달라는 방식의 거래 활성화 정책은 투기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주택의 상향 이동이나 양도소득의 재투자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목적이라면 검토 가치가 있겠지만 지금 같은 세금 면제는 조세 형평성과도 어긋난다. 양도세 때문에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고 해서 정부가 앞장서서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것도 공정한 정책 논리로 보이지 않는다.

대책만 있고 정책은 실종

이번 조치의 또 다른 초점인 주택공급 확대책도 용적률 상향 조정과 토지이용 규제 완화 등 개발이익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다.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개발이익도 높여줘 수요를 부추기고 이에 힘입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주택건설업체들이 상당수 퇴출된다 하더라도 주택공급 능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특히 수요가 있고 수익성이 있으면 주택공급 능력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발상은 반시장적이다.

미분양 주택 문제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대책도 그렇다. 이 문제들은 건설업체의 경영상 오류에 기인하며 이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기업의 몫이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시장친화적이지도 않다. 더구나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가격 하락을 막는 것은 반시장적인 동시에 무주택 서민의 주택구입 능력을 낮추는 것이므로 반서민적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대표적 서민주택정책이라는 보금자리주택마저 별다른 대안 없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작금의 주택정책은 친서민과는 더욱 멀다는 느낌이 든다.

작금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서민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본래 기능은 실종된 채 경제 안정화 대책의 수단으로 동원되면서 원칙 없이 표류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를 통한 투자심리 회복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대책에 대해 건설업체와 고액주택 보유자는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 주택정책의 핵심 수단이 고작 투기 수요를 부추기고 고액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라면 G20 국가의 위상을 감안할 때 수준 낮은 정책 발상이 아닐 수 없다.

3·22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내놓은 대책이지만 주택구매 여력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은 상당 기간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난관은 가격 하락, 부실기업 퇴출 등 시장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하는 것도 유효하므로 정책 당국은 최소한 이 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주택정책 제자리 찾아야

백번 양보해 이번 대책을 더 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더라도 주택정책은 본래 기능을 유지시키는 몇 가지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먼저 자력으로 주거생활 안정이 가능한 중상류층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정작 정책수혜 대상이 돼야 할 무주택 서민층을 홀대하는 역진적 주택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는 투기꾼에게 이득을 안겨주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시장을 서민 주거생활 안정의 관점이 아니라 건설산업 일부로서 경기조절 수단으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보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김재익 계명대 교수 도시·지역계획학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