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변환철] 백성이 근심하는 것 기사의 사진

“성장의 과실은 일부 계층에서 독점하고 서민들은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

지난주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위기상황에 관한 기사가 연일 신문의 머릿면을 장식했다. 특히 가장 큰 여당지지 성향을 보여 온 분당을 선거구에서까지 패하자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정부의 민생경제정책 실패’(5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모 의원은 “삼성이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우리나라가 6% 성장률을 기록하면 뭐하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라고 했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경제위기 극복을 자랑하는 식의 오만한 국정운영’이 민심 이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응답도 20.6%나 됐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서민을 외면하고 일부 소수층만을 위하는 정책을 펴 오고 있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다. 그러나 그러한 지적을 받고도 근본적인 혁신 없이 일이 생길 때마다 반성하는 시늉만 한 채 계속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다 이번 재보선 결과와 같이 전통적인 지지자들까지도 마음을 돌리는 광범위한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의 실정에 대해 당시 그 원인으로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들었다. 정확한 진단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야 했고,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그 후에도 출범 초기의 행태와 별로 바뀌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면 지금 도입이 논란을 빚는 삼색신호등 문제만 해도 그렇다. 모두가 혼란을 초래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바꿔 놓고 국민이 익숙해지면 된다’는 관료 중심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았다고 강변하지만 그들만의 잘못된 시각일 뿐 실제로 드러난 것은 삼색신호등을 소위 스탠더드로 삼는 선진국은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엉터리 글로벌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철은 ‘정치는 옛것과 새것이 없다. 오로지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그 근본이 있다’(政無舊新 以便民爲本·정무구신 이편민위본)고 했다. 정치가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면 마땅히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마음이 어떠한지도 알지 못하면서 올바른 정치를 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맹자는 ‘民不患貧 患不均(민불환빈 환불균)’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백성은 가난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아니함을 근심한다’는 뜻이다. 가난한 백성이 어찌 가난을 근심하지 않을까마는, 가난한 것보다 오히려 균등하지 않은 것이 백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민생보다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 왔다.

물론 성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국가경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하고 부단히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은 국민, 그중에서도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돌아가야 할 것이다. 성장의 과실을 일부 계층이 독점한다면 그 성장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원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로 이를 체감하는 서민들은 없다. 오히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어려워진 암울한 현실만 그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그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초과이익공유제’니 ‘성과공유제’니 하면서 말의 성찬(盛饌)으로 끝나는 정치를 하지 말고 행동에서 진정성을 보이는 정치에 이르러야 한다.

옛말에도 ‘無鑒於水 鑒於人(무감어수 감어인)’이라고 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평가)을 알려면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는 말이다. 기계적 통계나 수치 등 표면에 보이는 성과에 천착하지 말고 사람들의 마음에 비친 진정한 자신을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위기에 처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번쯤 그 뜻을 헤아려볼 만한 경구(警句)라고 생각된다.

변환철 중앙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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