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대권에 뜻 있는 자 앞에 나서라 기사의 사진

기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에서나 학교에서 매 맞는 일은 항다반사였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은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를 맞으면서 자라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집에서는 모두 왕자님이요, 공주님이니 매 맞을 일이 없을 터이다. 학교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데다 만일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다간 학부모로부터 항의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에 그 동영상이 오르거나 경찰에 고발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라고 했다. 서양 속담에도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고 했다.

변화 조짐 보이는 한나라당

개인이나 집단이나 역시 호된 매를 맞고 나면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지난번 재보선에서 국민들로부터 호된 채찍질을 당하더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예상과 달리 주류 후보들을 큰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며 주류 중심으로 운영돼 온 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들이 계파를 뛰어넘어 투표한 결과일 터이다.

기자는 한나라당의 변신 의지가 환골탈태의 지경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한나라당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러한 의견들이 압축된 게 재보선 충격 후 강하게 대두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다. 물론 기자는 박 전 대표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 나름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차기 대통령에 뜻이 있는 리더들 모두가 전면에 나서 당과 국정 운영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자의 이러한 생각과 요구는 한나라당을 위해서가 아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

첫째, 차기 국정 최고책임자에 뜻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 당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민에게 자신의 국정에 대한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수렴 뒤에 숨지 말고 앞에 나와 검증을 받고 책임도 지라는 얘기다. 대선이 실질적으로는 1년 남짓밖에 안 남았다. 국민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더 많은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상처받지 않겠다고 그림자 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둘째, 무슨 일이 잘못되면 당은 뒤늦게 청와대 탓만 하는데, 일이 잘못되기 전에 당의 실세들이 제 목소리를 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실세들은 나름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할 수가 있다. 국정 운영 결과를 놓고 뒷담화를 하는 건 집권당으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셋째, 이른바 청와대와 당 사이, 집권 세력 내 주류와 비주류 간의 사후 갈등도 최소화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비주류 간의 이견으로 얼마나 큰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경험했는가. 당의 지도부에 주류와 비주류의 실세들이 포진하여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조정하면 사후 국론분열 등의 폐단을 줄이고, 레임덕 현상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세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야권은 모르겠으되 한나라당의 경우는 대선 주자로 다크호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충 주자들의 윤곽이 짜여 있으므로 그들이 모두 당 운영에 참여하여 경륜도 검증받고 선의의 경쟁도 하면 정치에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이다.

비전과 능력 검증 받으라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선출 당직자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 모양이나, 실세들이 일선에 나서 당 운영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그 평가에 따라 대선후보도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은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이와 관련하여 박 전 대표는 지난주 아테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도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박 전 대표나, 대권 의지가 있는 정몽준 의원, 주류 대표인 이재오 장관을 비롯하여 누구라도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이 당 지도부에 참여하여 국정을 논하면 한나라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가 한층 다이내믹해지지 않을까.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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