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대통령의 메시지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일관 절제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그가 보인 언동(言動)이 그랬다. 로우키(low key)로, 할 말만 짤막하게 했다. 정치적으로 비쳐질 언급은 아예 하지 않았다. 아마 취임 이후 그가 가장 정치적 언급을 아꼈던 지난 한 주일이었던 것 같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며, 남의 나라에서 군사작전을 펴는 제국주의의 오만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빈 라덴의 죽음에 축제 분위기를 보이는 일부 여론을 천박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국적 시각에서 보면, 빈 라덴 제거 작전은 10년 만에 터뜨린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대박이다.

그런 대박 상품에 오바마와 백악관은 절제 있게 대응했다. 작전이 끝난 뒤, 오바마는 1일 밤 11시 35분 대국민보고를 통해 9분 동안 간단하지만, 단호하게 ‘정의가 실현됐음’을 강조했다. 다음날에는 작전 부대를 지휘한 윌리엄 맥레이븐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을 비공개로 백악관으로 불러 치하했다. 언론에는 하루 뒤 면담 사실만 공개했다. 5일에는 뉴욕 그라운드 제로의 행사에서 단 한마디도 없이 침묵의 추모를 했다. 유족 및 경찰관, 911대원들과 만나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는 위로를 했을 뿐이다. 6일에는 켄터키주 포트 캠블로 날아가 역시 비공개로 귀국한 네이비 실 요원들을 격려했다. 사진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 중간중간에 다른 공개행사도 많았지만, 작전 성공과 관련된 어떤 자화자찬 식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8일 방영된 CBS 방송 대담 프로그램 ‘60분’에서 “내 생애에서 가장 길었던 40분”이라며 그동안의 고충과 소회를 밝혔다.

그런데 그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최소한 미국 국민들에게는 그랬다. ‘정의의 실현’ ‘미국은 하나’로 요약되는 오바마의 메시지는 장광설로 강조된 것이 아니다. 간결한 언급과 노출된 행동만으로 전달한 메시지다. 그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애국심과 단결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한다면 하는 나라’라는 자긍심도 한껏 느끼게 해줬다.

굳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말한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없었더라도, 이 대박 상품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언론이나 반대세력의 지적은 없었다. 오바마 비판에 가장 앞장서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도 “대통령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다. 비판이라면 네오콘 핵심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잘했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정권의 과실을 따먹은 것 아닌가”라는 식의 반응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화제가 됐던 백악관 상황실 사진도 무언의 강력한 메시지 그 자체다. 상석에 앉은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준장과 뒤에 쪼그려 앉은 대통령. 이 사진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각인됐을까. ‘비밀 작전 순간, 대통령 권력이 우선이 아니다. 적장(敵將)을 제거하는 작전이 우선이다’ 현장상황 분석관에게 자리를 내준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다. 그리고 한마디, “미군의 안전 귀환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미국민들에게는 신뢰감있게 받아들여졌다.

그 사진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손으로 입을 가린 모습이 기침 때문이었는지, 사살 장면을 보고 놀라서인지는 그만이 알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공식적으로 “기침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 수장으로서 대중에게 나약하게 비쳐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작전 개시시간 직전, 오바마는 골프 라운딩(9홀)을 가졌다. 총지휘자인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나중에 공개된 ‘비상한 상황의 평범한 행동들’은 미국민들에게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대통령의 언동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굳이 지지도가 10% 급상승했다는 결과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오바마는 정치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눈에 띄는 홍보는 없었다. 이게 바로 소통이다. 근엄한 지시나 호들갑으로 될 일이 아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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