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자라던 남방계 수종 凍害 입어… 지난 겨울 추위 탓 말라 죽어 기사의 사진

기후가 변화하면 동식물도 이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한반도에서 평균기온 상승을 비롯한 기후변화에 산림생태계가 적응하는 양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중 하나로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등 남방계 수종이 분포하는 북방한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는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서울에서도 동백나무가 자라게 됐고, 서울숲에는 관상용으로 꽝꽝나무를 심기도 했다.

그러나 올봄 서울 청량리동 홍릉수목원에서 그동안 잘 자라던 붉가시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모두 동해(凍害)를 입고 말라죽었다. 각각 남해안과 변산반도가 북방한계선인 이들 난대성 상록수는 수목원 내 가장 따뜻한 곳에서 수년을 잘 버텨 왔다. 그러나 3~4월 추위가 지속돼 땅이 해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잎들이 증발산을 해 땅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줄기가 말라죽은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석권 산림생태연구과장은 “서울숲의 꽝꽝나무와 서울시내 일부 구청에서 가로수로 심은 이팝나무도 모두 고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수종이 북방한계선보다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고 해서 북방한계선이 올라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임업연구관은 “자연상태에서 개화-결실-발아-생장의 사이클을 한 세대 이상 거듭해야 그곳에서 활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겨울철 평균기온은 올라가도 추위의 진폭이 커지고 외래종이 확산되면 일부 취약종은 북방한계선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곤충의 경우 알에서부터 성충까지 3세대를 살아야 그곳까지 북방한계선이 올라간 것으로 판단한다.

남방계 수종과는 달리 주목, 분비나무, 눈잣나무, 구상나무 등 백두대간에 분포하는 북방계 수종의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들 수종은 고산지대에 고립된 채 분포하기 때문에 기후가 따뜻해져 소나무와 활엽수가 침범해 들어오면 영역이 축소된다. 그런데도 이들 아고산대 수종은 비교적 표고가 낮은 곳에 분포하는 난대성 수종과는 달리 긴 세월이 흘러도 스스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다. 이들 수종의 경우 자생지 외 증식이라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기후변화에 따라 겨울철 기온의 진폭이 커진다고 식물종과 사람들에게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립수목원 김일권 박사는 “올겨울 추위가 심하고 길어서 꽃매미 알들이 대부분 월동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 등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꽃매미는 대만 등 남방계 곤충인데 한반도의 겨울철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알의 부화율이 상승해 전국에 창궐하게 된 것”이라며 “현장을 관찰한 곤충학자들은 올해 꽃매미알이 거의 안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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