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떨어졌다. 일본에서 2군 생활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요미우리에서 꽤 오랫동안 2군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부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진단이 있었다. 어깨가 일찍 열린다, 감을 잃었다,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심하다 등.

전문가들의 진단이므로 다 옳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즉 이승엽이 너무 진지하다는 것이다. 야구 외에는 생각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연습을 엄청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스캔들을 들은 적도 없고 성실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본 적도 없다. 지나치게 성실한 선수일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물론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안 되면 쉬어가기도 하고 야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게 정신적으로 더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야구를 즐겨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호도 미국 메이저리그 다저스에서 뛸 때 감독에게서 경기를 즐기라는 충고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 분야나 즐기는 사람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야구를 사명감으로 할 수준은 지난 것이다. 이승엽 정도 되면 야구를 즐겨도 되지 않는가. 못하면 어떤가.

야구를 즐기려 한다면 꼭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명예회복을 위해 일본 잔류를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7년간의 성적은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의 지독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0년까지 통산 144개의 홈런에 0.267의 평균타율을 기록했는데 이 정도면 용병으로 B학점은 되는 것이다. 보통 외국인 타자에게는 한 시즌 30개 홈런, 100타점 정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06년에는 41개 홈런, 108타점, 0.323 타율을 기록했다. 일본 생활을 접어도 미련이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 돌아와도 명예에 흠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자신을 더 혹독하게 몰아붙이면서 고단한 2군 생활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에 와서 즐겁게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를 보자. 이범호는 지난 시즌 소프트뱅크에서 초라한 성적을 냈다. 출전 경기도 48경기에 그쳤고 타율은 0.226이었다. 하지만 올해 기아에 입단해서는 벌써 6개의 홈런에 무려 30개의 타점을 올려 최고의 해결사가 되었다. 물론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범호의 웃는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다. 본인도 즐겁고 팬도 즐겁고 다 좋지 않은가. 이제 한국의 그라운드에서 활짝 웃는 이승엽을 보고 싶다.

탁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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