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석동연] 전곡 선사박물관 斷想 기사의 사진

“일찍부터 구석기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한반도는 축복의 땅”

마침내 ‘선사유적지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인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국가사적 제268호) 현장에 전곡 선사박물관이 지난달 25일 개관했다. 33년 전인 1978년 4월 전곡리 한탄강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미2사단 군인 그렉 보웬은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돌의 양면을 다듬어 날을 세운 구석기 시대의 ‘만능 칼’이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 주먹도끼는 세계 구석기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아시아 지역의 선사 문화는 유럽·아프리카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기존 학설을 뒤엎은 일대 사건이었다. 전곡리 선사유적의 연대는 약 35만∼10만년 전에 걸쳐 있으며 세계 구석기 문화를 다루는 고고학 지도에 전곡리는 이제 빠짐없이 표시되고 있다.

첫눈에도 선사박물관은 예사롭지 않았다.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의 은빛 박물관이 그 자태를 드러내자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도와 문화재청이 482억원을 투자한 이 박물관은 48개국에서 346개 작품이 설계 공모에 참여, 프랑스 X-TU사 작품이 최고로 뽑혔다. 건물의 전체 형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원시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브로 했으며 외벽을 수백장의 스테인리스 판으로 덮어 은빛 비늘처럼 반짝인다. 용의 비늘과도 같은 외피에 작은 구멍이 연결돼 있어서 밤이 되면 더욱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게 된다고 한다.

전곡 선사박물관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국력과 문화의 힘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새삼 느낄 수 있어 마음 뿌듯했다. 전곡리가 세계 고고학사에 이름을 뚜렷이 한 것처럼 전곡 선사박물관이 세계적인 선사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설 전시실 중앙에 전시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고인류 모형도 선사박물관의 자랑거리다.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주제 아래 약 700만년 전 인류의 여정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 단계별 고(古)인류들과 만나게 된다.

박물관 내부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전시용 진열장이나 패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동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인류 모형은 정확한 학술적 토대 위에서 극사실적으로 제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높인 엘리자베스 데이너스 작품으로 정밀한 골격, 살아있는 듯한 근육과 눈동자, 얼굴 표정, 한 올 한 올 심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30만년 전에 한반도에 고인류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감격스럽다. 전곡이 휴전선에서 14㎞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인지 북녘에 있는 동포들도 선사박물관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시종 떠나지 않았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를 소개하는 화석인류 모형에 낯익은 모습이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흥미롭게도 평양 인근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용곡인과 만달인이었다. 각각 4만5000∼3000년 전, 그리고 1만2000∼1만여년 전에 살았다고 한다. 일찍부터 한반도를 삶의 터전으로 한 이들을 보며 한반도는 축복의 땅임을 새삼 깨달았다. 아울러 평화적 통일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했다.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해야 하듯 전곡 선사박물관을 가능케 한 분들을 기억하고 싶다. 전곡 선사연구에 정진하신 고 김원룡 교수와 그렉 보웬, 그리고 전곡 선사유적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해 온 여러 고고학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여러분도 선사시대로 시간여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30만년 전으로 돌아가 보시지 않겠습니까? 불을 피워보고 가죽옷과 석기도 만들어보고 벽화도 그리면서 구석기시대를 온 몸으로 느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편리한 문명을 향유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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