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保守가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는 까닭 기사의 사진

요즘 보수주의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재보선에서 패한 충격으로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좌파 민주당의 2중대가 돼가고 있다며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이다.

한나라당, 반좌향좌 하나

그도 그럴 것이 비주류로서 주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웰빙정당, 부자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바꿔놓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당 노선의 좌 클릭을 예고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및 고소득자 소득세 감세 정책을 철회케 하여 여기서 생기는 재원과 작년 세계잉여금을 합친 10조원을 대학생 등록금, 육아비, 서민주택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의 이 같은 친서민으로의 노선 전환은 재보선 후 신주류로 자리 잡은 소장 쇄신파 의원들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흐름 선회는 말할 것도 없이 지난번 재보선에서의 패배가 물가, 전·월세, 대학 등록금, 청년실업, 중소 상공인의 어려움,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 서민 생활난에 기인한 것으로 본 결과다. 이명박 정부가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살려 서민생활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실망감이 중도는 물론이고 보수우파 성향 중산층 유권자들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인 것이다.

황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장 쇄신파의 이러한 좌 클릭에 정부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또 그동안 민주당 시도의원들의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요구에 시달려온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포퓰리즘에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수 이데올로그들은 황 원내대표 등을 “표를 얻기 위해 보수의 가치를 팔아먹는 좌파”로 몰아붙이며 결국 한나라당은 좌 클릭으로 보수 세력까지 잃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정치인들에게는 표가 생명이다.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아무리 늘어났다 해도 절대 다수 국민이 그걸 체감하지 못하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한 집권당이 그 지위를 유지하긴 힘들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쌓여 가는데 부자감세 같은 정책은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게 쇄신파의 생각이다. 그 불만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폭발해 정권을 빼앗기기 전에 친서민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퇴색해가는 좌우 이념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분당 선거 패배 등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수도권 의원들의 그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보수니 진보니, 좌니 우니 하는 이념이 오늘날 정치의 목적이랄 수 있는 국리민복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겠는가. 선진국에서는 보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상대 정당의 영역을 넘나든 게 오래 된 일이다. 공산주의 중국에서도 덩샤오핑은 1970년대에 쥐만 잡으면 됐지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는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자본주의적 개혁개방정책을 추진, 오늘의 중국을 G2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지금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있는 것은 앞서의 노무현 정권이 좌파 이념 과잉 현상을 보인 데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라는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한나라당이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이념의 과잉 현상을 보일 경우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로 보수주의자들이 한나라당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오리알은 닭이 품어도 부화하면 물가를 찾듯이, 한나라당이 아무리 좌 클릭을 해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부인하는 데까진 가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보수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좌우 이념 정당들의 중도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민주당도 중도 성향과 중산층 유권자를 껴안기 위해 얼마간 우 클릭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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