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군가산점제 제대군인 1%만 혜택… 재도입 신중해야” 기사의 사진

가정의 달 5월에 가장 바쁜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가정의 달을 맞아 백희영 장관을 16일 여성가족부 청사에서 만났다. 2009년 10월 여성부 장관으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3월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전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정책 부처를 이끌어오고 있다.

백 장관은 “지난 4월 도입된 셧다운제를 계기로 국가 사회 학교 부모가 힘을 합쳐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지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입법화가 추진 중인 군가산점에 대해선 위헌 결정이 내린 제도인 데다 극소수만 혜택받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어린이 성폭력은 지역사회 차원의 안전망 구축을 통한 예방에 초점을 두겠으며 국제결혼 건전화 및 결혼이민자 인권보호 강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진보적 여성단체와의 소원한 관계 등 껄끄러운 사항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녀가 조화로운 사회를 구성해 가족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처”라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가 가장 바쁜 달인 것 같다.

“성평등·여성인력개발·여성권익증진을 추진하는 여성 정책,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청소년 정책, 모든 가족의 행복한 생활을 지원하는 가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과 모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어서 다른 달보다 바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최근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됐는데.

“청소년 87만여명이 인터넷 PC 게임중독으로 수면부족, 사회적 일탈 등 일상생활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 보호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 업계도 역기능을 해소해 진정한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학부모들은 셧다운제 대상을 만 19세 이하로 하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당초 대안은 19세 미만이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16세 미만으로 합의했다. 이 제도를 통해 초등·중학생의 인터넷 중독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면, 자연히 고등학생 중독률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주민등록번호 도용 문제는 게임중독과 별도로 관리될 문제다. 본인확인 기관에서 부여받은 식별 ID와 비밀번호로 본인확인을 받는 아이핀 제도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선 정부, 사회, 학교,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군가산점 재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청소년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로서 젊은 나이에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 제도는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고, 제대 군인 중 극히 일부인 1% 내외만이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성뿐만 아니라 신체적 조건 때문에 군복무를 하지 못하는 남성들도 차별을 받게 되는 제도다. 병역 이행기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만들면서 전체 병역의무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성폭력 범죄로부터 아동과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선 지역사회 차원의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시·군·구의 아동여성 안전관련 관계자 협의체인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를 구축했다. 또 지역별 ‘아동안전지도’를 제작하는 등 성범죄 발생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법무부와 손잡고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만 6년이 지났다. 성과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강력한 단속 등으로 집결지 성매매업소 등이 대폭 축소되었으나 신·변종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관할세무서에 개인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성매매 적발을 해도 행정처분할 근거가 없다. 최근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 업주 및 인쇄업소를 대상으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하는 등 성매매 척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20대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30∼34세에 뚝 떨어졌다 30대 후반 상승하는 M자형 곡선이 여전하다.

“M자형 곡선은 직장생활과 자녀양육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장시간 근로관행과 회식문화 등으로 가족친화적 직장문화가 절대 부족하다. 출산과 양육 부담으로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연근무제 확산 등 가족친화 기업문화 조성, 맞벌이 가족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좋은 부모 프로그램 실시 등 가족가치 확산사업을 펴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남성들의 삶도 윤택하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국제결혼과 관련한 불미스런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책은?

“다문화가정이 정착돼 귀화자가 늘고, 그 자녀들을 글로벌인재로 키운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제결혼 건전화 및 결혼이민자 인권보호 강화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올 1월 국제결혼 주요 상대국 주한 대사와의 협의체를 구성했고, 3월부터는 국제결혼을 하려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로 여성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는 인식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과거에 비해 우리의 성평등 수준이 나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수준과 정치권한 부분은 여전히 불평등이 심각한 편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국회 14.5%, 지방의회는 20.3%에 불과하다. 정부 내 고위공무원 중 여성은 3.4%, 기업 임원 중에는 5%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3.4%로 OECD 회원국 평균(61.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독일과 프랑스에도 여성문제를 다루는 부처가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을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조화로운 사회를 구성해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될 당시 보육업무가 제외된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등 주로 시설을 중심으로 한 자녀양육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는 건강가정사업과 관련된 아이돌보미 사업 등 시설 외 자녀 양육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 관련업무도 정규 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방과후활동 등은 우리 부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본다. 부처 간의 강력한 정책 협력을 통해 일·가정 양립, 저출산 해소, 건강한 가정 형성 등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의 효율적 추진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성계 일부에선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가 협력해 정책을 이끌어가는 거버넌스가 해체됐으며, 특히 진보단체와는 관계가 소원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단체는 정책 추진의 파트너로 매우 소중한 주체다. 여성단체장이나 임원진과의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공동협력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 단체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특정 단체를 차별하는 일은 절대 없다.”

-여성가족부가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인재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소개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ef.go.kr)에 ‘여성인재등록’ 메뉴를 개설했다. 많은 참여 바란다. 또 고학력 청년여성, 농촌 지역일자리 체계 구축 등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여성일자리 12만개를 연계할 계획이다.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농촌여성 대상 지역특화 일자리 사업(6개 지역)도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장관 댁에선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지.

“남편과 함께 유학생활을 할 때는 가사 일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변하더라(웃음). 하지만 장관이 된 지 며칠 뒤인 추석 때 현장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더니 남편이 저녁을 차려놔서 감동했다. 한쪽이 바쁠 땐 다른 한쪽에서 가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편이다(백 장관의 부군은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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