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위반 ‘수사권 남용’ 위험수위… 집회 시위 확 줄었는데 기소·무죄율은 확 늘었다 기사의 사진

집회와 시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집시법 기소 이후 무죄율은 크게 높아져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집회 시위는 8811건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적은 숫자다. 집회와 시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만368건이었다가 2007년 1만1904건으로 급증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08년 1만3406건, 2009년 1만4384건이었다가 지난해 8811건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8%이상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지난 2∼3년간 수사당국이 집회·시위 참가자에게 무조건 법을 적용해 입건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시위꾼을 위축시켰다”면서 “그 효과가 지난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검찰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크게 늘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집시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접수된 건수는 2006년 206건 이후 매년 늘어 2010년에는 501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 2.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는 집회와 시위가 크게 줄었는데 기소는 급증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무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집시법 위반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2006∼2007년 2%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8년 3.1%(15건), 2009년 4.0%(20건)으로 증가하더니 2010년에는 7.4%(35건)로 크게 뛰었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집시법 중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내린 헌법 불합치 판정도 무죄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 이후 재판부가 위헌 요소가 있는 조항을 의식해 재판을 미루거나 무죄를 선고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헌법 불합치 판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항을 적용해 기소했다. 지난해에는 소가 성립되지 않는 공소기각 결정이 113건에 달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 2009년 용산 참사 집회와 같은 큰 시위가 있었지만 지난해는 대규모 시위가 없었는데도 집시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이 오히려 급증했다”며 “수사권 남용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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