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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병권] 아일랜드 17번 홀의 교훈

[데스크시각-박병권] 아일랜드 17번 홀의 교훈 기사의 사진

최경주 프로가 지난주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우승 상금이 무려 18억7000만원으로 웬만한 메이저 대회 상금액을 웃돈다. 골프를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요즘처럼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별로 없는 우리 사회에 작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사실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골프장의 스타디움 코스 17번 홀은 130야드(약 119m)로 파3에 불과하지만 티샷한 공을 해저드에 빠뜨리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린 주위가 모두 물로 채워진 아일랜드 홀이기 때문에 적절한 힘 조절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해저드로 들어간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모두 40여개의 공이 해저드로 빠졌다. 최경주는 그러나 이 홀에서 한 번도 공을 물에 빠뜨리지 않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버디를 기록해 선두로 나서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손의 힘을 뺐기 때문이다. 공을 멀리 보내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면 대개 물에 빠진다. 힘이 있다고 함부로 쓰면 그것이 도리어 독이 된다는 원리를 노련한 최경주 프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입법, 사법, 행정권으로 나눠져 있는 국가권력도 마찬가지다. 입법권을 쥔 국회의원이나 사법권을 갖고 있는 판사나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행정 권력을 쥔 고위 공무원들도 자신들의 힘을 함부로 쓰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지역민을 위해 특별한 입법을 하자는 국회의원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의무 기피를 인정하자는 판결이나 나름의 논리는 있겠지만 나는 그런 행위를 선뜻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했을 경우의 파장을 생각해 보면 함부로 입법을 하거나 판결을 내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은행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는 정부의 태도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요컨대 자신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행사하면 뒷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3권이 서로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 아닐까.

최근 한국사회의 경향을 볼 때 나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에다 두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언론과 노동조합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통적인 권한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에 집중돼 있다고 하지만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언론과 노조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정치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미 FTA와 관련된 쇠고기 협상에서 문화방송의 PD수첩 한 편으로 이명박 정부가 뒤흔들렸다. 오죽했으면 언론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신문과 인터넷은 그렇다 치고 방송의 경우 한 시간가량 일방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메시지를 전할 때 그 영향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하다. 비판적 메시지를 전할 경우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차후의 일이고 우선 당장 생생한 화면과 함께 굵은 자막을 본 시청자들은 방송에 제압당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언론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질 수밖에 없다. 한때 언론고시란 말이 나돌 정도로 PD와 기자라는 직업의 인기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칭하던 시절도 있었다.

노동조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업종별 전면파업은 나라를 휘청거리게 한다. 7월부터는 복수노동조합도 가능해 앞으로 동일 사업장에 많은 조합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각각의 노조가 저마다 권한을 행사할 경우 치르지 않아도 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한국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3권을 쥐고 있는 권력주체와 언론과 노조가 서로 자신의 권한을 자제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 같은 자제는 물론 애국심이나 애사심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힘을 남겨뒀다가 마지막 4라운드나 연장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면 최경주 프로처럼 우승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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