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수익] 기성 임원 선거에 부쳐 기사의 사진

한 목회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 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번 교단 임원 선거 과정과 결과를 주시하면서 크게 보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교회 선거의 좋은 모델이 될 거라는 설명이었다.

처음엔 가끔 걸려오는 별 가치 없는 제보전화이겠거니 했다. 한데 전화를 끊고 나자 ‘한국교회 선거의 모델’이라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선거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곧바로 지금까지 진행된 기성의 임원 선거 과정을 챙겨봤다. 과연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공명선거 의지 돋보여

이번 기성 부총회장과 총무 입후보자들은 페어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서로 의기투합해 공명선거 실천을 다짐하는 협약식을 치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선거와 관련해 단 한 건의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정말 한국교회 교단·단체장 선거 가운데 보기 드물게 깨끗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교회 선거의 좋은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교단의 임원 선거에 너무 호들갑스러운 게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만 이번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한국교회에 뭔가 새로운 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일지 모른다. 한국교회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걸 어떻게든 보여주자는 간절한 마음일 수도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난국에 처해 있다.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 전에 없이 변화와 갱신을 향한 열망이 뜨거워지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지 않은가. 그 열망이 점점 데워지다 보면 언젠가 한바탕 큰 불길을 일으킬지 누가 아는가. 이번 기성 임원 선거가 그 불길의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땅에서 선거만큼 말썽 많은 것도 드물다. 초등학교 반장을 뽑든 대통령을 뽑든 선거만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권모와 술수가 횡행하고 비리와 불법이 난무한다.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게 선거이기도 한다. 심지어 선거로 인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한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로 대변되는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이 딱 그 짝이다.

한국교회 살릴 불씨 되길

그렇다고 선거를 안 치를 수도 없는 일이다. 선거만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실제 선거를 통해 좋은 대표자를 뽑아 잘살고 행복해지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관건은 선거 부정을 막는 일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얼마나 어려우면 한국교회 일부 교단은 아예 ‘제비뽑기’까지 도입했을까. 제비뽑기가 성경적 방식이어서 채택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선거 부정을 막기 위해 동원된 고육지책이요 궁여지책일 뿐이다. 제비뽑기로는 열정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교단장을 맡을 수 없다는 등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어쨌든 기성의 임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이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차례다. 누가 봐도 제대로 뽑았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교단장이나 총무를 벼슬이나 감투나 명예로 여기지 않고, 봉사나 희생으로 여기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리더십과 진실성, 능력을 겸비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에선 지연 학연을 비롯한 일체의 연고는 접어둬야 한다. 동정이나 의리 등 어떠한 사적인 감정도 밀쳐놓아야 한다. 기성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

정수익 종교부장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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