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오병이어의 능력 가진 이 어디 없소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려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배부르게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를 남게 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메시아여야 할 것 같다. 한정된 예산으로 5000만 국민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도 남아 북한도 돕고 하려면 말이다.

갈등 부추기는 정치인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가 대덕연구단지로 결정됐다. 정부는 과학벨트의 유치 경합을 벌였으나 탈락한 대구 울산 포항 광주 등 네 곳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추가 예산을 들여 분원 형태의 연구단을 둔단다.

그러나 탈락 지역의 지방단체장, 국회의원 등 주로 정치인들이 혈서를 쓰고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는 등 극한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표라면 여도 없고 야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 입지 선정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 간, 각 지역 간, 여야 간,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으로 너무 많은 국론분열과 예산낭비를 경험했다.

최근에만 해도 세종시를 놓고 정부와 충청지역, 수도권과 충청지역,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가 힘겨루기를 한 끝에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려던 정부와 여권 내 주류가 패함으로써 통치권에 타격을 입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놓고서도 정부와 영남지역, 다시 대구 경북 경남과 부산 지역이 전투를 벌이다 결국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됨으로써 정부는 영남지역 민심만 잃었다.

LH공사는 진주로 이전하게 됨에 따라 유치 작전을 펼쳤던 전주 지역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전북 지사에 출마했던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죄인으로 석고대죄한다며 옛날 죄인들을 호송하는 데 쓰던 함거에 들어가 있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고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까지 이들 모두가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걸었던 공약들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막상 추진하려다 보니 경제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짐으로써 이를 수정하려다 국론이 나뉘고 정권의 레임덕이 앞당겨지는 등 동티가 난 것이다.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이 당초 약속대로 대전에 그냥 추진했으면 될 걸 괜히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경우다.

이런 점들로 볼 때 갈등과 국론분열의 일차적 책임은 깊이 있는 타당성 조사도 없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한 대통령 당선자들에게 있다. 또 쓸데없이 말을 바꿈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했다가 실망시키고, 반발하면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의 선심성 후속 대응이 갈등을 부르고 사태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다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현 정부가 겪은 어려움이 큰 교훈이 돼 지역 공약을 하는 데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후보들 공약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타당성 검토도 활발해질 것이다. 또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유치하는 지역이 일정 예산을 부담하는 방안, 혜택이 주어지는 사업과 기피시설을 연계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통 큰 정치인을 보고 싶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내 앞에만 큰 감 놓겠다는 욕심을 자제하고, 특히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태도를 지양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전문가들은 경제성이 없다고 하는데 대구 경북 경남에서는 밀양이, 부산에서는 가덕도가 적지라고 각자 주장했다. 과학벨트, LH공사 이전 등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욕구를 다 충족시키긴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린 결정이라면 일단은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불만이 있더라도 승복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 정부가 국책사업 추진 여부나 입지 선정에 이전 정부들보다 특정 지역에 특혜나 차별을 두는 것 같진 않다. 탈락한 지역 출신 중에 맞아죽을 각오로 “정부 결정이 옳았다”고까진 말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이번엔 양보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할 통큰 정치인은 없을까.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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