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오류 기사의 사진

“미국에만 800만명의 임사체험자가 있다. 가설을 결론으로 내세우면 오류 생긴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난 15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천국이나 사후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뇌란 부품이 고장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 망가진 컴퓨터를 위한 천국이나 사후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호킹 박사의 이 주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물리학자 레오나르드 믈리디노프와 함께 쓴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를 메워줄 과학적 거증(擧證)이나 설명 없이 툭 던지는 듯한 형식을 취했다. 앞으로 어떤 과학적 설명이 보태질 것인지 기대를 갖게 한다.

‘위대한 설계’의 요체는 “양자(quantum)의 요동에 의해 무(無)에서 미세한 우주들이 창조되고 그들 중 일부는 급팽창하여 은하들과 별들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 다중우주(multiverse)의 창조에는 어떤 질서나 법칙도 없고 자연발생적인 우연만 있을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같은 우주 궁극의 이론은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일컫는다고 하는 ‘M이론(M-theory)’이 그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위대한 설계’는 기독교계의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론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보이는데, 지금까지의 내용은 사실 ‘낫싱 디자인(nothing design)’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지적설계론이 “우주와 생명체에는 질서가 있는데 그것은 특정성을 지닌 복잡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인격체에 의해 지적으로 설계됐다”는데 비해 ‘위대한 설계’는 “우주와 생명체는 무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연이나 자발성에 ‘설계’와 ‘위대함’이라는 의도성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의도성과 가치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가 생겨났다’는 자연발생론적 이론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작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면 현재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과거 역시 그렇다. 시작점을 무시하면 ‘존재’는 논의될 수 없다. 빅뱅 이론을 보더라도 ‘빅뱅’이라는 시작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지 않은가. 시작도 없고 존재의 원인도 없다면 당연히 가치도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삶의 가장 위대한 가치는 스스로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혼돈스럽다. 논증이 불가능한 우연과 자연발생에 어떤 고정적인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의 ‘뇌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주장도 그것을 반박할 과학적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인간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게, 물리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의 많은 의과학자들이 밝히고 있는 ‘임사체험(臨死體驗·near-death experience)’이다. 일정 시간 동안 죽었다 살아난 경험을 뜻하는 임사체험은 플라톤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심장소생술이 발달하면서 경험자들이 크게 늘어 현재 미국에만 8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갤럽은 밝히고 있다(위키피디아).

더구나 1981년 국제임사체험학회(IANDS)가 설립된 이래 전 지구촌 각지에서 그 특징이 매우 구체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 애틀랜타 세인트 조지프 병원의 심장병 학자 마이클 사봄의 저서 ‘빛과 죽음(Light and Death)’에서 구체적 사례를 밝히고 있듯 임사체험자들이 지각(知覺)한 사후세계의 특징은 텔레파시 형태의 메시지 수신, 죽은 상태에서의 감각유지, 세상을 떠난 평화로운 느낌, 자신을 소생시키기 위해 의료진이 노력하는 과정을 보고 있음, 육체로부터의 이탈, 빛과의 교감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호킹 박사의 우주탄생 이론은 완성된 것도 아니고 확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예측하는 만물이론 후보로서의 M 이론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의 가설일 뿐이다. 목적도, 선과 악도 없고, 아무런 디자인도 없고, 오로지 우연과 냉담한 상태만이 있다면 세상은 무엇인가.

임순만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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