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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도시는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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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도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외는 여성에게 불편한 곳입니다. 벌레만 있고 가스나 전기는 없습니다. 굽이 높은 신을 신고 멋을 낼 수도 없습니다. 도시는 여성의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여성 혼자서도 잘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전체적으로 여성화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거친 남성도 도시에서는 야성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말끔하게 정돈된 도시에서는 야성을 눌러야 합니다. 예의를 지키고 순서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고 남성은 약해져 갑니다. 남성에게 귀엽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고 꽃미남의 인기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런 도시화, 즉 여성화에 저항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입니다.

스포츠는 보통 거칠고 남성적입니다. 축구나 격투기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성적인 스포츠도 많이 있지만 스러져 가는 야성을 회복하는 데 스포츠만한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문명과 자연의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골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골프를 전혀 칠 줄 모르지만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골프장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숲이 있고 호수가 있고 모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 그대로는 아닙니다. 가꾸어진 자연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규칙에 의거해 경기가 진행됩니다. 골프는 어떤 종목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기에 시원합니다. 그만큼 자연이나 야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보다 초록색이 적은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입니다. 골프장만큼은 아니지만 축구장에 들어서면 우선 초록색 그라운드가 시원합니다.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들어왔는데 신기하게도 더 넓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자연이나 야성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요. 야구장도 축구장 못지않게 시원합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요. 도시의 일상에서는 그런 기대감을 맛보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럼 전혀 초록색이 없어도 야성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농구입니다. 농구는 면적이 협소한 곳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농구에서 야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땀 때문이겠지요. 농구는 좁은 코트를 빠르게 왕복하면서 거친 몸싸움을 하는 종목입니다. 땀이 가까이에서 뚝뚝 떨어집니다.

도시는 땀을 싫어합니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틀고 조금만 높아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탑니다. 온도와 습도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공간이 도시인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은 약해져 가는 것이지요. 스포츠는 이를 보완하려 합니다. 헬스클럽에도 가고 공원을 부지런히 걷기도 합니다. 등산으로 땀을 충분히 빼려 합니다. 도시는 여성의 것이지만 스포츠가 있어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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