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유럽의 서단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개최된 유럽 기독실업인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필자는 네덜란드의 탁월한 컨설턴트인 얀숙(Jan Suk)과 슬로베니아의 비즈니스 리더인 드라기차(Dragica Kisilak) 박사를 만나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두 나라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나와의 접점은 멀어 보였다. 언젠가 좋은 동역을 한번 이루어 보자는 막연한 공감만 나누고 헤어졌었다.

지난 5월 5일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드라기차 박사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일터에서의 풍성한 삶’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워크숍을 기획·진행했을 때 마침 필자는 시화공단에서 탄탄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5명의 CEO와 함께 발칸지역을 비전트립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더구나 주강사로 얀이 내려와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우리 일행은 슬로베니아의 젊은이들을 위한 콘퍼런스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좀 더 판이 커져버린 국제콘퍼런스가 되어버렸다.

인구 200만명밖에 안되는 소국 슬로베니아는 3만 달러 수준의 국민소득이 말해주듯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발칸의 선진국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가톨릭 국가로 개신교인 인구가 불과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고 대부분 젊은이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크리스천 사업가의 모델을 만나볼 기회가 없어서 뭔가 갈급한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기독실업인회(CBMC)를 대표하여 방문한 시화지회의 CEO들을 통해 참가자들은 실제적인 도전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주강사의 강의 전에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필자는 먼저 슬로베니아의 국명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사랑을 언급했다. Slovenia 속에 들어 있는 love라는 철자를 의도적으로 구별해내어 이 나라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파워포인트 문서로 선명하게 드러내며 축복했다. 그리고 콘퍼런스가 개최되는 류블랴나(Ljubljana)라는 도시명 역시 받은(beloved)이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먼저 선행되었음을 상기시켰다.

공교롭게도 우리 일행이 이틀간 묵고 있는 블레드(Bled)라는 지역은 풀이하면 피 흘리심(bled)이라는 복음적인 의미도 담고 있어서 이 모든 단어 속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슬로베니아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이어서 필자가 모시고 온 5명의 CEO가 경영하는 기업 하나하나를 주력 아이템과 함께 소개하였다. 펄프 몰드, 미터링 펌프, 나노셀, 플렉시블 PCB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업들이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비전을 실천하는 CEO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명목상 기독교 국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기독교적 경영이념을 실천하는 모델을 찾기 힘들었던 슬로베니아 젊은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선한 영향력은 말이 아닌 삶에서 나오는 것일진대 신앙인격과 성공적인 사업이 통합된 CEO들의 존재가 이들에게 살아 있는 증거로 생생하게 호소된 것이리라.

짧았지만 뜨거운 교제의 시간을 마치고 떠나는 길에 드라기차 박사가 선물해준 작은 시집을 펼쳐보았더니 ‘Touch of God’, 즉 ‘하나님의 손길’이라는 제목의 찬송시집이었다. 포르투갈에서의 만남, 발칸반도로의 부르심, CEO들과의 비전트립 그리고 슬로베니아에 머무는 동안 다시 포르투갈에서의 만남을 이어지게 하시고 이론적인 강의가 아닌 실제적인 삶의 모델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게 하신 이 각본 없는 드라마의 작가가 누구인지 명백하게 말해주는 듯했다. 우리의 인생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의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없지만 그 모든 조각들을 맞추어 결국 그분의 걸작을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유럽의 서쪽 끝에서 그리고 동쪽 끝에서 다시 한번 맛보고 돌아왔다.

서태원(유로코트레이드앤트래블 대표·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집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