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판석] 세계화와 국제협력은 계속돼야 기사의 사진

“개별 국가가 아니라 전 지구를 협력대상으로 삼는 세계화전략 필요”

1994년 말 세계화의 화두가 던져졌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호주에 갔다가 시드니에서 세계화 선언을 한 것이다. 갑작스런 발표에 국민들은 얼떨떨해 했다. 그러나 그 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비전을 갖추고 전략이 추진되면서 국민들도 조금씩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화 선언의 핵심은 우리 제도와 의식 등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혁하고, 국제표준을 내면화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세계화 추진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표출됐다.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이냐는 여전히 고민해야 하고 세계화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계화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화 흐름이 내부 갈등과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다소 혼란을 겪고 있어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국내 정치 혹은 국내 정책 논쟁에 함몰돼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한국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대외정책이나 국제협력 등에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 상당수 정치인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국내 정치에 몰입돼 세계적인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인뿐만 아니라 관가도 언제부터인가 국내 정책에 얽매이는 듯한 분위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당연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국제협력 등에 대한 활동과 예산을 줄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관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제협력을 위한 해외출장이 상당히 위축된 듯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여비가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든 기관이 있는가 하면 왕성한 국제협력을 추진해야 할 기관이나 담당자들도 최근에는 목소리를 낮추거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등은 최근 국제협력 등에 놀라울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 어느 공항에 가든지 중국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유엔 본부는 물론 유엔 산하 각종 조직에서는 중국인의 회의 참여는 물론 직원과 인턴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은 침묵하던 참석 태도에서 벗어나 각종 국제회의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중국인의 리더십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실상은 과연 어떤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역설적인 현상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기여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초청하는 외국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발도상국 등지의 외국인들에게 교육연수를 실시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불균형적인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외국 인력을 초청하는 일에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정작 우리 인력을 외국에 보내 연수시키거나 국제협력을 위해 정부가 해외출장을 내보내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직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며 이는 외교통상부만의 일이 아니다. 개별 부처나 기관별로 해당 분야의 외교활동이나 국제협력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은 개별조직단위별로 국제협력 담당조직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예산 지원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대체로 예산은 물론 전문인력 숫자도 적다. 따라서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 특히 이제는 한정된 개별 국가단위를 협력대상으로 생각하는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전 지구를 우리의 협력대상으로 삼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지구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판석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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