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손대표 당신을 응원합니다 기사의 사진

중원(中原)을 차지하는 자 천하를 얻는다. 중국에 나라라는 게 생겨 서로 패권 다툼이 시작될 때부터 있어온 법칙이다. 초한지나 삼국지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영웅호걸들의 패권 다툼 이야기다. 중원은 지금의 허난성, 산둥성, 산시성 지역 등으로 이뤄진 중국의 중심이다.

우리 정치에서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정파 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정치에서 중원이라 함은 말할 것도 없이 지리적으로 중부 수도권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각 정파가 정권을 잡기 위해 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부 수도권 쟁탈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각 정파는 중부 수도권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념적으로 중도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본연의 색깔에 덧칠하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 우로 가야 중원 차지한다

여야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정책 목표는 물론이고 이념의 좌표까지 바꾸길 서슴지 않는 게 그것이다. 진보로부터 보수 꼴통이라고 불리던 한나라당이 좌클릭하고 있으며, 보수로부터 종북 좌파 세력이라고 불리던 민주당이 우클릭하는 모습이다.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뒤 선출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부자정당 탈피”와 “반값 대학등록금” 등 친서민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당 노선을 우에서 중도 쪽으로 좌클릭했다. 이에 대응이나 하듯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이념의 낡은 굴레를 벗어던지고 민생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당 노선을 좌에서 중도 쪽으로 우클릭했다.

황 원내대표 등의 좌클릭이나, 손 대표 등의 우클릭은 당 안팎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다만 황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은 정부의 반응이 괜찮아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손 대표의 이른바 “민생진보”는 그동안 몇 차례 당내 반발에 부딪쳐 꺾인 전철을 밟지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

사실 손 대표의 민생제일주의는 그의 오랜 정치철학이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훨씬 전부터 “민주화 세력의 낡은 이념을 먹고 사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보수도 진보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중도통합의 정치를 강조해 왔다. 그는 작년 10월 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뒤 수락연설에서도 낡은 이념을 초월하여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정치를 내세웠다. 또 “중산층이 동의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중산층의 심판을 받겠다”며 대한민국 대표적 중산층 지역인 분당을 재선거에 출마했다.

낡은 진보와 일전 불사해야

이 모든 말들에는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민주당의 노선을 얼마간 오른쪽으로 돌려놓아야 하며, 그렇게 하여 이념적으로 중도이고 경제적으로 중산층까지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관통하고 있다. 손 대표는 실제로 당 대표가 된 후 4대강 사업, 한·미 FTA 등에 다소 신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그의 “민생 정치를 통한 중원 공략 작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 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이들 현안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손 대표는 이번에 “이념보다 민생”을 강조하면서는 종래와는 달리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때로는 고루한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말에서 일전불사의 의지가 읽히긴 한다. 보수 우파의 아성이라는 분당을 재선거에서 이긴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기자는 중산층과 중도우파까지를 끌어안아야 민주당의 집권이 가능하다는 손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 대표가 “고루한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의 일전불사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 손 대표는 분당을 유권자들이 손 대표를 선택한 것은 “당신이 중산층의 심판을 받겠다니 당신에게 한번 맡겨 주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실험적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선거결과는 또한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정권이 걸린 선거에서도 분당 주민들이 과연 민주당을 선택해 줄지는 의문이다.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손 대표가 고루한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또 다른 이유들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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