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73) 얼마나 닮았으면 울까 기사의 사진

조선 초상화의 백미인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다. 그가 그린 이 초상화는 보물이다. 윤두서는 직업화가가 아니라 문인화가다. 여기 삼아 그림을 즐긴 그가 가장 그리기 까다롭다는 인물화를, 그것도 두 점이나 후대의 문화재에 올렸으니 그 솜씨는 ‘물어 무삼하리오’다. 하늘은 재주를 몰아주는가 보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심득경이다. 윤두서와 심득경은 고산 윤선도의 아랫대로 둘은 내종숙질 사이다. 진사에 함께 급제하고도 벼슬살이를 하지 않은 채 그들은 늘 어울려 시문을 읊는 초야의 짝이 됐다. 손아래였던 심득경이 마흔을 못 채우고 먼저 죽자 윤두서는 석 달 뒤에 이 초상을 그려 추모했다. 심득경의 유족은 초상화를 받아들고 통곡했다. 마치 살아 돌아온 사람을 본 듯한 까닭이다.

가고 없는 이를 기억으로 그렸지만 집안이 울고불고 한 사연을 보면 빼닮은 모습일 테다. 얼굴에 양감이 떨어져도 주인공의 품성은 넉넉히 짐작된다. 초상화를 본 서예가 이서의 감상평이 그림 오른쪽에 남아있다. ‘단정하고 공손한 자세와 맑은 목소리가 엄연해서 만난 것처럼 똑같구나. 용모를 안 보고 누가 성정을 알며 기상을 안 보고 누가 덕성을 알까.’ 동파관에 잘 차려입은 도포는 개결한 몸가짐이고, 술 달린 옥색 띠에 같은 색깔의 가죽신은 멋 부린 모양새다.

입술은 타듯이 붉다. 연지 안 바르고도 건강한 혈색인데 요절이 가당키나 한가. 저 입술을 열면 새하얀 잇바디가 그대로 미녀의 단순호치(丹脣皓齒)다. 도반과 석별한 윤두서의 붓질이 고운 임 그리는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이 초상의 겉볼안은 곧고 맑고 얌전한 심지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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