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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K리그 중단이 회생의 첫걸음


30명이 한 반인 모두 10개 반으로 이뤄진 학교가 있다고 합시다. 총 학생은 300명이고 담임선생님은 열 분이 되겠군요. 열흘간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사고가 터졌습니다. 학생 몇 명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이지요. 해당 학생은 시험을 못 보게 되고 징계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부정행위에 가담하거나 가담한 적이 있는 학생이 100명은 될 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시험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자연스러웠겠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밝혀졌습니다. 담임선생님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반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숨겼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시험을 당장 중단하라고. 어떤 것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은 중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계속 실시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실력으로 1등을 하였다 해도 사람들은 의심을 하겠지요. 교장선생님이 더 이상의 부정행위는 없다고 해도 믿지 않겠지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속으로 비웃을 겁니다. 게다가 이런 부정행위가 몇 년 전부터 자행됐고 학교 내에서는 꽤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면 불신이 더 깊어지겠지요. 깊은 불신이 사과나 재발방지책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학교가 그 학교 하나밖에 없습니까. 옆 학교도 있고 외국에도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2006년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경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승부조작으로 챔피언 자격이 박탈되고 2부 리그로 떨어졌습니다. 유벤투스 같은 명문 구단이 연루됐기에 충격이 컸습니다. 2009년에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리그를 비롯해 유럽 프로축구에서만 200경기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10일 국제축구연맹은 인터폴과 함께 승부조작과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한국 축구는 반드시 일어서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습니다. 환부를 깨끗이 도려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을 하려면 우선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수술대에 올려놓으려면 모든 것을 중지해야 하겠지요. 어물어물 대처하다가는 병이 깊어져 회생 불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속히 K리그를 중지하고 모든 것을 철저히 파헤쳐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프로축구 회생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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