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의 고문으로 숨진 13세 시리아 소년의 시신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충격적이다. 시리아인의 분노가 커지고 있어 소년의 죽음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엔과 미국은 시리아를 맹렬히 비난했다.

◇모진 고문에 처참한 시신=소년의 이름은 함자 알리 알카티브이다. 그는 지난 4월 29일 남부 다라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정부 보안군에 체포됐다.

그 이후 소년은 한 달 만인 지난 27일 주검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동영상에서 공개된 시신은 가슴과 양 팔에 총상 구멍이 뚫려 있다. 매 맞고 담뱃불로 지져진 흔적이 온몸에서 발견된다. 동영상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내레이터는 아랍어로 “목뼈가 부러져 있다. 얼굴과 오른쪽 다리에도 고문 흔적이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성기까지 잘린 모습이다.

소년의 부모는 용감했다. 당국은 그의 죽음을 남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겁을 줬지만 부모는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고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지난주 당국에 체포됐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과 국제사회=유튜브와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을 통해 소년의 시신을 본 시민들은 격분했다. 지난 주말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 시위에서 소년의 이름이 구호가 됐다. 수도에서 북쪽으로 180㎞ 떨어진 하마에서는 시위대가 소년의 사진을 손에 들고 거리로 나왔다.

페이스북엔 ‘소년 열사, 우리는 모두 함자 알카티브’가 만들어졌다. 5만8000명이 이곳을 방문해 시리아 정부를 비난했다. 유튜브는 동영상 장면이 끔찍해 처음엔 시청을 제한했으나 인권단체의 요청에 따라 이를 해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유엔 아동기구인 유니세프(UNICEF)는 성명을 내고 “소름끼치는 행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고문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시리아 정부에 요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번 일은 시리아 정부의 총체적 붕괴를 보여준다”면서 “소년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 변수로 작용하나=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번 일로 분기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많은 시리아인이 정보기관을 두려워했지만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치범 사면과 각 분야 인사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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