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李·朴 회동과 保守의 명암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3일 회동은 우리의 ‘정통 보수주의자들’을 크게 안심시키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적잖이 걱정스럽게 만들 것 같다.

그들을 안심시키는 대목은 박 전 대표가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면서 자신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또 당직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언급은 한나라당 내 주·비주류 갈등이 정권 재창출의 최대 걸림돌이며, 박 전 대표가 정권을 위해 그 비중에 맞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게 위기의 핵심이라는 보수 쪽의 걱정을 씻어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사람의 신뢰가 확인되고, 따라서 당내 갈등도 줄어들 것이며, 박 전 대표가 현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與圈 통합에 대한 기대

반면에 보수 쪽을 걱정스럽게 만들 대목은 두 사람이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저소득층의 민생에 둔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정치 논리보다 민생에 국정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서 “성장의 온기가 일반 국민에게 골고루 와 닿도록 국정을 이끌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대학 등록금, 청년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빈부 양극화, 물가, 가계부채와 전세대란 등의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제기하고 이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한 이러한 현안들은 결국 복지 확대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복지 확대는 보수주의자들이 걱정하는 “좌파 진보주의자들의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수 쪽으로부터 포퓰리즘으로 비판받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지 않고는 빈부 격차 문제를 완화하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 실업과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실현하는 등 성장의 온기가 일반 국민에게 골고루 와 닿도록 할 수가 없다. 또 그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법인세 및 고액연봉자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등 증세와, 다른 분야 예산 축소를 통한 복지 예산 증액 등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이 반값 등록금 등 친서민 복지 정책의 확대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정부와 당 내외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눈앞의 표가 급한 나머지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좌파 진보주의자들의 흉내를 내고 있다며, 그러한 좌클릭이 꿩도 매도 다 놓치듯 보수 세력으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취임 일성으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며 “당장 편한 길보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가시밭길을 택하자”고 다짐했다.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

이처럼 복지 확대에 대한 보수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서민과 저소득층의 민생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키로 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합의가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정국의 고비마다 박 전 대표가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서민과 저소득층의 민생 중심 국정운영, 바꿔 말해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들, 특히 박 전 대표로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이 방법밖에는 떠난 민심을 되돌릴 길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부자감세 방침을 철회해야 하고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정부 능력 이상의 복지 정책을 폄으로써 재정을 파탄내고, 후세에 빚을 남기는 포퓰리즘, 즉 대중영합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생일날 잘 먹자고 이레 굶을 순 없다는 서민들의 절박한 입장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 서민들은 정부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들이다. 또 복지 확대는 보편적 추세다. 정부·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파탄내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난제를 풀어야만 한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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