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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테니스의 리나, 골프의 박세리

[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테니스의 리나, 골프의 박세리 기사의 사진

중국의 여자 테니스 선수 리나가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단식에서 우승했습니다. 중국은 축제라고 하는군요. 아시아 선수가 단식에서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입니다. 테니스는 골프와 더불어 유난히 서양 백인의 이미지가 강한 스포츠입니다.

테니스에서 처음으로 흑인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68년 US 오픈이었습니다. 아서 애쉬가 그 주인공이었지요. 그는 흑인이 테니스를 못하는 것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애쉬로 인해 인종의 벽은 깨졌지만 여전히 서양은 살아있었습니다. 즉 백인이 아니라 흑인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였지만 아시아 선수가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지요.

애쉬는 흑인이었지만 미국인이었습니다. 테니스에서 서양의 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다테 기미코는 1994년 호주 오픈 4강, 다음 해에는 프랑스 오픈 4강, 그 다음 해엔 윔블던에서도 4강에 올랐지만 끝내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리나입니다. 리나는 올 봄 호주 오픈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다소 무기력하게 패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우승을 했습니다.

리나의 우승으로 테니스에서 서양 백인의 이미지는 완전히 부서진 듯합니다. 더불어 박세리의 우승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박세리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골프는 우리와는 많은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골프 역시 서양 백인의 이미지가 강한 종목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박세리의 우승으로 갑자기 그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당시는 외환위기의 힘든 때였기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세리의 우승으로 한국은 정서상 국제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즉 심리적 장벽이 우리도 모르는 새 사라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둑이 무너지면 어느 쪽이 무너뜨렸든 양쪽의 물은 섞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박세리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후에 한국은 미국을 정복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갑자기 세계가 평평하게 느껴졌던 것이겠지요. 중국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요.

이런 예측을 떠나 리나 선수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정부 주도 훈련에 반발해 대표 팀을 떠나 대학에서 언론학 공부에 몰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왔다고 하는군요. 또 기사를 보니 상금액의 세금을 65%에서 8∼12%로 낮추는 데 앞장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기 후에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상금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상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열정 못지않게 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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