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성호] 북한인권법 제정 시늉만 하겠다고? 기사의 사진

지난달 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에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과 함께 앞으로 민주당이 내놓을 ‘북한 민생인권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하지만 지금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주당 법안 제출의 저의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사실상의 당론’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완강히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재임기간 중 북한인권법 상정을 무산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 여론의 부담을 느낀 야당이 ‘무조건 반대’라는 종전의 입장을 바꿔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고, 이후 절충과 타협을 고리로 해서 법 통과를 차일피일 미루겠다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유력한 분석이 나온다. “북한 식량 및 의료품 지원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할 것”이며 “인권법에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막는 조항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발언이 그 단서로 제시된다. 그렇다면 야당의 행보는 민생인권을 내세워 북한인권법을 저지하려는 ‘물타기 전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법사위에 북한인권법안이 회부된 지 1년4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북한지원법이나 다를바 없다

이 같은 태도는 입법기관으로 법치행정, 특히 통일행정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남북대화, 교류협력, 이산가족교류, 탈북자 정착 지원, 인도적 지원, 통일교육 등의 경우와는 달리 북한인권 개선활동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정책의 틀 내에서 편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법제적 뒷받침이 없을 경우 대북 인권정책은 안정성, 지속성 및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즉, 북한주민의 인권신장은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마땅히 실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임에도 정권 교체에 따라 춤을 추게 될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북한 인권 증진을 일관되게 추진하자는 게 북한인권법 발의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북한인권법안을 ‘북한붕괴법’ 혹은 ‘대북지원 봉쇄법’이라고 곡해하기도 하지만, 어디에도 북한을 고립·압살시키거나 인도적 지원을 막는 규정은 없다. 또 일부에서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는 딴지걸기에 불과하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대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북한인권 실상 조사 및 국회 보고,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한 활동 전개,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 강화, 시민단체 지원 등의 내용은 충분히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구의 운영과 민·관 및 국제사회 간의 협력적 활동은 북한인권 상황을 조금씩 개선시켜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당이 구상하는 ‘북한 민생인권법안’은 ‘북한지원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햇볕론에 따른 대규모 지원을 민생인권으로 포장해 실시할 경우 북한 정권을 강화하고 선군정치노선에 영합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또 우리 쪽에 손만 내밀어도 엄청난 경제적 실리가 북한에 들어갈 경우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체제의 변화를 가로막는 악법이 될 소지가 있다.

민주당의 물타기 전술에 불과

북한 인권이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인 실정에서 북녘 동포의 인권보호 입법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옳지 않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우선적으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인도적 지원은 ‘실효성 있게 실시’하는 방안과 이를 법제화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 하루빨리 국회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주민의 생명을 살리고 인권 향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길 바란다. 그것이 자유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참된 국회의 모습일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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