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용어가 불편하다… 영적 대결 뜻 담긴 일부 단어들 선한 목적 가리우는 장벽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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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낫타퐁(가명)씨는 최근 한국에서 온 교회 단기팀을 만났다가 기분이 몹시 상했다. 그들로부터 태국 정탐을 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으로 단기봉사를 떠난 서울 A교회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베트남을 위해 기도했다. 담당 책임자는 새벽기도에서 “베트남 땅을 밟을 때마다 견고한 진이 무너지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기독교인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비신자나 다른 국가 사람들에겐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언어들이 통용되고 있다. 특히 현지인 입장을 고려해야 할 선교계 안에도 이 같은 표현이 남아있어 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지역 연구 중심의 단기선교 형태로 부각되고 있는 ‘정탐여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탐’이란 말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낸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주로 ‘공중정탐’ ‘군사정탐’ 등 군사용어로 사용된다. 국내 선교계에는 1993년 처음 도입됐다. 원어로는 ‘리서치 엑스퍼디션(Research Expedition·리서치 탐험)’으로 연구와 문화 탐구를 강조한 선교 접근이다. 정탐여행은 성경 단어(민 13:2; 수 2:2,3)를 차용해 만든 용어로 현지인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다.

‘땅밟기 기도’ 역시 비슷한 경우다. 원래는 걸으며 기도한다는 이 기도 형태는 ‘땅밟기’라는 용어가 접목되면서 강한 의미를 갖게 됐다. 실제로 이 기도는 영적 싸움(엡 6:12)을 전제로 한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어둠의 세상 주관자’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다. 많은 단기팀 기도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소서”라는 내용이 등장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땅밟기 기도’에는 두 가지 국면이 혼합됐다. 성결대 노윤식(선교학) 교수는 “본래 땅밟기 기도는 영어식 표현인 ‘걷기 기도(prayer walking)’를 번역한 것으로 걸으면서 하는 기도였다”며 “그러나 현재 땅밟기 기도는 영적 대결을 추구하는 선교운동의 한 분파적 사상이 주도해 왔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아직도 기독교 선교 내부에는 십자군식 패러다임이 남아있다”며 “아무리 선한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일반 사회의 몰이해 때문에 (기독교 선교가) 반사회적으로 비춰진다면 그 선교 전략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선교계도 수정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한정국 사무총장은 “이전까지 문제가 안 됐으나 지금은 시대 상황이 변했다”며 “정탐여행의 경우 탐사여행, 선교리서치, 종족탐지여행 등으로 바꿔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노 교수는 땅밟기 대신 ‘동행기도’를 제시했다.

실제로 국제예수전도단(YWAM)은 6년 전부터 ‘역라마단 기도’ 대신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로 변경했다. 현지 선교사들의 수정 요청도 많았지만 ‘영적 전쟁’ 식의 접근을 공식 폐기한 것이다. 한국예수전도단 관계자는 “대결보다 하나님 관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하나님 관점은 겸손과 사랑, 존중과 섬김”이라고 말했다. 국제 CCC(Campus Crusade for Christ)도 십자군을 의미하는 ‘crusade’의 민감함 때문에 유럽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아가페’로 이름을 바꿨다.

기독교 용어는 더 이상 우리사이에만 통하는 ‘모르스 부호’가 아니다. 오늘날은 모든 것이 공개되고 알려진다. 날로 향상되는 인터넷 검색엔진은 인터넷에 작은 흔적만 남겨도 찾아낼 정도로 발달돼 있다.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논란도 ‘우리끼리’ 보려고 인터넷에 올렸던 데서 기인한다. 선교사라는 용어도 특정 문화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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