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욕먹을 각오로 또 쓰는 기여입학제 기사의 사진

반값 등록금 문제가 일수불퇴의 벽에 부닥치게 됐다. 이에 먼저 불을 지핀 한나라당은 감당 못할 대책이라는 비판에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장학금 확대 등을 통한 ‘등록금 완화’라는 뜻이었다며 한수 무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학생들은 한나라당이 처음 말한 ‘반값 등록금’이란 ‘지금의 절반으로 낮춰진 등록금 고지서’를 의미한다며 일수불퇴를 외친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당초 반값 등록금 대상을 저소득층 학생으로 하자는 부분 시행 입장에서 촛불 집회에 다녀온 뒤 그 대상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자는 전면 시행 쪽으로 바뀌었다. 또 정동영 의원은 아예 대학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무를 수 없게 된 반값등록금

이러한 정국 상황과 내년에 있을 총선, 대선 등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이 맞아죽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반값 등록금’ 비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는 통계와 국민 90%가 반값 등록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전국 대학들의 연간 등록금 총액은 15조원 정도다. 이를 반으로 줄이자면 7조5000억원을 누군가 부담해야 하고, 여기에다가 장학금을 주려면 또 몇 조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10조원씩 쌓아놓고 있다는 적립금 축소와 양적 팽창 억제와 인건비 경감을 통한 등록금 인하 등 대학들의 자구 노력, 부실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부담을 줄인다 해도 정부가 적게는 3조 많게는 6조원을 안아야 한다는 추산이다. 현재도 정부의 대학 지원금은 6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반값 등록금에 따른 추가 부담을 보태면 적어도 10조원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욕먹을 각오로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기여 입학제 도입을 주장한다. 마침 김황식 총리도 지난주 기부금 입학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기부금이 가난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을 위해 100% 쓰인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운을 떼었다.

기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기여 입학제로 가난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견은 대충 설명했으므로 오늘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에 대한 기자 나름의 재반론을 펴보고자 한다. 먼저 기여 입학제가 부자 자녀들에게 일류대 입학의 특혜를 줌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한 재반론이다. 이는 정원 외 1∼2% 정도의 학생을 추가로 선발함으로써 자격을 갖춘 다른 학생의 입학 기회를 박탈하지 않도록 하면 평등권 시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최고가 입찰 식으로 무조건 돈 많이 내는 학생을 입학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일정액을 기여할 수 있는 학생 중 수학능력 우수자 순으로 선발하는 등 원칙과 기준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공정성 논란도 적어질 것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

가난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 장학금도 못 받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한다. 기여 입학제를 통해 그 가난한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으로 공부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게 평등권에 더 부합한다면 억지일까. 그리고 국민세금으로 대학생들에게만 혜택을 늘려가는 건 대학에 안 간 사람들의 평등권 침해라면 극단적 논리일지 모르겠다.

다음은 기여 입학제가 일류 대학에만 혜택을 줘 대학 서열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재반론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고교졸업생 80%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우리 대학 진학률은 부실 대학과 부실 대학생을 양산하고 있다며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국민세금으로 부실 대학의 명맥을 유지시키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기여 입학제가 대학 서열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면 이러한 부실대학을 자연 도태시키고 명품 대학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기여 입학제가 반값 등록금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다만 그 다각적인 대책의 하나로 적극 검토하자는 얘기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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