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75) 말은 신발 신기가 괴롭다 기사의 사진

사람이 신을 신듯이 소는 밭 갈 때 쇠짚신을 신고, 말은 잘 달리라고 편자를 단다. ‘개 발에 다갈’이란 말도 있다. 다갈은 징처럼 편자 박는 못인데, 꼴에 안 어울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말굽쇠인 편자는 미끄럼 방지용 스파이크다. 또 편자를 박지 않으면 굽이 쉬 닳는다.

두 사람이 말굽에 징을 박는 장면이다. 묘사가 생생하다. 앞에 놓인 낫과 톱으로 발굽을 고르게 다듬는 게 먼저다. 편자를 박으면 말이 고통스럽다. 발길질에 차일까봐 사람은 조심스럽다. 말을 눕히고 나서 앞뒤 발을 엇갈리게 단단히 묶어야 한다. 그래도 안심이 안 돼 끈을 잡아당겨 나무에 맸다. 때로는 주릿대를 다리 사이에 끼어 붙들기도 한다.

말은 목을 비틀며 아픔을 호소한다. 요동질하느라 머리가 맨땅에 부닥칠지 몰라 가마니를 깔아줬지만 벌린 입에서 ‘히히힝’ 신음소리가 거푸 새나온다. 가랑이 사이로 보이는 말자지가 불쌍하다. 너무 아픈 바람에 평소 거물이던 것이 바짝 오그라들었다. 삿갓 쓴 사람이 꼬챙이로 울며 부는 말을 어르지만 그 역시 안타까워 입술을 깨문다.

황망한 가운데 망건차림의 노인은 애써 신중하다. 편자 구멍에 징을 대고 눈으로 가늠하는 자세가 믿어도 좋을 솜씨다. 대갈마치로 징을 두드려 박을 때는 방향과 속도가 종요로워야 한다. 배끗하게 박히면 사람은 미안하고 말은 괴로운 노릇이다. 빼고 박고 거듭 하면 말 잡는다. 18세기 조영석의 풍속화다. 그는 우유를 짜거나 작두질하고 바느질하는 세속의 자잘한 풍경을 자주 그린 선비화가다. 고삐나 굴레나 편자는 사람 편하자고 채운다. 잘 부려먹자니 마소가 힘들구나.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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