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준호] 세금 쓸 곳, 등록금보다 급한 데 많아 기사의 사진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 시위가 여러 날 계속되고 이에 정치권과 언론매체가 맞장구를 치면서 나라 안이 등록금 문제로 온통 시끄럽다. 지금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반값 등록금 시비는 5년 전인 2006년 4월경에도 있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지방선거(5·31)를 앞두고 선거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내놓아 시비가 일었고, 2007년 대선에서 다시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여 지금 사태의 단초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반값’ 시리즈의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사였던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인지 모른다. 그는 1992년 대선에 출마하여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아 상당한 표를 얻은 바 있다.

요 며칠 사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조짐이다. 돈줄을 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값 등록금 불가능’ 발언과 이 대통령의 ‘차분히 논의하라’는 주문 때문이다. 박 장관의 항변은 국민 대다수인 납세자들의 의견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렵게 모은 세금을 이것저것 따진 다음에 필요한 만큼 주면 되지 하루아침에 5조, 6조원을 뚝 떼어 내 그것도 매년 줄 수 없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질 낮은 대학교육부터 고쳐야

간접세 비중이 높은 우리 세제의 특성상 국민 대다수가 납세자다. 개인과 기업이 낸 세금이 한 해 23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세금 낭비 사례도 늘고 있다. 당연히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고발도 증가하고 있다. 납세자 주권의식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납세자 입장에서 볼 때 등록금에 세금을 투입하는 게 꼭 필요하고 급한 곳에 쓰는 것일까. 주지하듯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정한 수학능력을 갖춘 이들이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80%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호주 폴란드와 더불어 최상위권으로 독일(36%) 일본(48%) 미국(64%) OECD 평균(56%)보다 높다. 문제는 졸업이 쉬워 졸업률도 꽤 높은데, 이는 호주 폴란드의 졸업률이 50%를 밑돈다는 점과 미국(35%) 독일(26%) OECD 평균(38%)과도 비교된다. 이처럼 너도나도 들어가고 또 쉽게 졸업하는 현실에서 대학 등록금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슬기로운 조치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값싼 대학교육 정책이 좋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세금 투입이 거의 없는 사립대가 4년제 대학(201개) 정원의 83% 정도를 점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일본 대만 등 구 일본제국주의권 국가 정도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공립대 정원을 늘리는 값비싼 정책으로 선회하자고 주장한다. 정곡을 찌른 해법이지만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관련하여 국공립대 정원 확대가 사립대 정원 축소로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201개-17%(국공립대 비율)의 구조를 장래 150개-30%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한 가지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공립대의 법인화 등 예산 지출의 효율화 작업을 함께 추진하여 값비싼 정책으로의 선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약자 지원, 성장동력이 우선

또 다른 이들은 ‘반값 등록금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2020년에 초등학생이 17%, 중고생이 30% 줄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부실 대학에서 질 낮은 교육이 지속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등록금도 시장가격의 하나이므로 보조금 정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들은 확보된 세금 재원은 등록금 인하보다 능력 있는 중·저소득층 자녀에의 장학금 지원, 마이스터고 및 이공계 우수인력 지원 등에 집중시키자고 주장한다. 납득이 가는 지적이다. 한정된 세금, 급한 도움이 절실한 주변의 약자 지원 사업과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 사업 등에 우선 배분되어야 할 것이다.

배준호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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