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걸신들리기도 유분수지 기사의 사진

국토해양부 직원 가운데 일부의 처신은 지저분하고 치사했다. 연찬회랍시고 무더기 출장을 가서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로부터 숙식, 술, 유흥 등 마구잡이로 대접을 받았다. 국무총리실 점검반에 들키기로는 그랬다. 관광 골프 접대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돈 봉투 같은 게, 화장실에서 건네지더라는 냄새나는 언급도 나왔다. 공식출장비를 받아갔으면서도 비용은 업체들에 지불시켰다. 이게 집단 걸인행각이나 다를 바 무엇인지 그걸 국토부 당국자가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다.

접대를 하고 돌아서면서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뭐라고 했을지도 궁금하다. 아마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공무원의 뒤통수를 보며 욕설이나 조롱을 퍼부었을 것이다. 공무원들 앞에서 마지못해 헤픈 웃음을 웃었을 업체 인사들이 그 값을 안 받아낼 리 없다. 모멸감에 대한 대가까지 보태져서 공사비로 환산될 것은 불문가지다. 공사비 못 올리면 자재 값 줄여 벌충하려 하겠지(갑자기 ‘4대강 사업’에 대한 반감이 끓어오른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일회용 반창고 붙이기식 대책

국토부는 총리실의 징계 요구를 묵살하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이 문제를 얼버무리려 하는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있었던 일이라면 엄하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관행화된 행사 및 행태였다면 총리실 점검반에 걸린 사람들만 징계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야단치는 시늉이나 하고 말아야지 어쩌겠는가.

권도엽 장관이 제시했다는 ‘윤리행동 지침’이라는 것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다. “골프를 하지 않는다. 2차 술자리는 자제한다. 산하기관·업계·협회 관계자와 식사할 때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낸다.”

국토부가 주최하는 대외 행사에 대해서는 입안단계부터 일상감사를 통해 사전 검증한다는 내용도 있다. 볼록볼록 솟은 뾰루지에 일회용 반창고나 붙이겠다는 인상이다. 하나 솟으면 하나 붙이고, 또 하나 솟으면 또 하나 붙이고 하겠다는 생각일까? 금품과 향응수수 등 징계 처분에 해당되는 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이제까지는 그런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뜻인가?

모르긴 몰라도 공직사회의 도덕적 불감증, 기강 해이 현상은 권 장관의 고뇌어린(?) 윤리행동 지침에도 불구하고 아마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임기 말 정부의 한계다. 대통령과 장관들의 영이 서릿발처럼 서 있을 때는 느슨히 풀어줬다가 힘이 빠지기 시작해서야 다잡은들 그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태풍은 잡초들을 일시적으로 눕히기나 할 뿐이다. 지속적인 호미질, 쟁기질로만이 묵정밭을 옥답으로 바꿀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권 장관도, 국민도 다 아는 상식이다.

공직자 타락 국민도 책임 있다

오래전 건설업을 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명절 때면 관공서마다 외인 출입을 금지한다고 요란스러웠다. “문 앞에서 저지당하니까 높은 사람들한테 인사 못하겠구먼. 이젠 공무원들 좀 깨끗해졌어?” “누가 사무실에 찾아가서 봉투를 내민데? 집에 찾아가서 소파 방석 밑에 봉투 넣어두고 오지. 한 번도 되돌아 온 적이 없어.”

국토부 연찬회에서도 돈 봉투는 식사자리 술자리 골프장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건네지더라고 했다. 더 큰 돈은 아마 더 은밀하고 더 냄새나는 곳에서 오갈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일전 중앙부처 감사관들과 오찬을 하면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총체적 비리’를 개탄했다고 들린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품격 있는 선진 일류국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던가.

선진 일류국가? 꿈도 야무지다!

성숙한 민주사회는 돈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게 있다.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이다. 여기엔 월반이 없다. 착실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경지다. 돌덩이를 골라내고 거름을 주고 해서 토양과 토질을 바꿔야 가시덤불 대신 곡식이 자란다. 토양은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고 토질은 그들의 의식이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 분도 있겠지만, 공직자들의 타락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고 여겨 주인의식 새로이 해야 하겠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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