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潘)의 반(半)만 해라.”

외교통상부에서는 이런 말이 회자된다. 주인공은 연임에 성공한 반기문(66) 유엔 사무총장이다. 뛰어난 실력에 상하를 아우르는 원만한 리더십까지 갖춘 반 사무총장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반 총장의 연임은 일찌감치 기정사실화됐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유엔 내에서도 그의 성품은 모두에게 호감을 샀다. 그가 지난 6일 연임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잇달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 17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연임 추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반 총장은 2008년 5월 최악의 사이클론 재해가 미얀마를 덮치자 50만명의 이재민을 위해 미얀마 군부를 설득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지난해 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하자 평화적 중재를 위해 8개국을 다니며 협상을 모색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일부에서 카리스마 부족, 저자세 외교 스타일 등을 들어 반 사무총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지구촌 최고 이슈로 부각시키고 비핵화 노력, 여성과 아동 인권 신장 노력 등에서 큰 성과를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분석하기도 했다.

반 사무총장은 어릴 때부터 외교관을 꿈꿔온 준비된 외교관이다. 초등학교 시절 변영태 당시 외무장관의 교내 강연을 듣고 외교관이 되기로 결심했다. 반 사무총장은 충주중, 충주고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등 1등을 도맡아 한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웅변대회에 나가 입상했고, 이를 계기로 백악관에 초청돼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반 사무총장은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라고 밝혔다.

외무고시에 1970년 합격, 외교부(현 외교통상부)에 출근하면서 그의 외교관 인생은 시작됐다. 72년 인도 뉴델리 총영사였던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반 사무총장을 부하 직원으로 두면서 그에게 매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실·근면한 데다 윗사람이 원하는 업무를 미리 파악해 처리하는 영민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반 사무총장은 쉬는 날도 반납하고 일에 매달릴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97년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망명할 때는 중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밀사 역할을 해 망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내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에 2004년 1월 취임한 그는 2006년 11월까지 2년10개월간 외교통상부를 이끌며 한국의 외교 역량을 키워냈다.

반 사무총장은 젊은 세대에 새로운 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은 2002년 219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398명으로 10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엔에서 한국인이 수장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이제 앞다퉈 세계 무대로 나아가려는 ‘반기문 효과’를 낳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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