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판석] 국제활동과 외국어 그리고 애국심 기사의 사진

“중국 공직자들은 통역직원을 대동해 정책과 행정을 열심히 설파한다”

국제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외국어에 능통해야만 하는가? 물론 외국어를 잘하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외국어를 못해도 국제활동을 못할 이유가 없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에서 가게 주인이 가격흥정을 할 수 있는 계산기 하나만 있으면 어떤 외국인과도 상거래를 할 수 있듯이, 국제활동에도 통역만 있으면 얼마든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직자의 경우에 우리와 달리 통역직원을 대동하고 국제활동에 열심을 다하는 공직자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필자가 경험한 주요 중국 기관들은 통·번역 등 국제협력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상당히 잘 갖추고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국제협력업무 담당인력을 두지 않거나, 있어도 극히 소수인 경우가 많다. 한국 공직자의 외국어 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중국정부 간부의 경우에 본인 스스로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국제회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필자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감동을 받은 이유는 그들의 학식이나 다른 이유가 아니고, 그들의 전략적 사고와 태도 때문인데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경우는 한 중국정부 연구기관의 간부로서 전략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영어가 부족하여 훈련된 통역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지만, 국제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는 중앙의 일반 공무원으로 대학교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국제학회 등에 중국 학자들을 진출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다. 외국 학회 등에 중국의 우수한 교수들을 독려하여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학회 등에서 지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스스로도 최근에 외국학회의 임원이 되었다. 그는 영어가 부족한 공직자이지만,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국의 발전을 위해 매우 전략적인 대처를 하는 유능한 간부이다.

또 한 사람은 중국정부 교육기관의 간부로서 학자가 아니지만, 기관 대표로서 외국의 국제학회에 참석하여 학회 참석자는 물론 주요 임원들과 진지한 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필자와 대화를 나눌 때 통역을 통해 자신의 의도와 배경 등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충분히 설명하고, 대화를 하는 중에는 수첩을 펼쳐놓고 진지하게 필기하는 모습에 놀랐다. 그의 나이를 알지 못하지만, 60대는 될 것 같고 얼굴은 촌로처럼 구릿빛으로 그을어 있어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인생역정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너무나 진지하여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 후에 ‘비단으로 만든 논어’를 전해주었는데, 그 선물 속에서도 무언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의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많은 답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서 중국 간부들의 전략적이고 애국심어린 태도가 오늘의 중국을 발전시키는 힘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 한국에도 이런 지도자들이 많이 있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이한빈 전 부총리 같은 분은 공직과 학계를 넘나들며 훌륭한 지도력을 보여주었던 분이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등에서 봉직한 유능한 공무원이었고, 후에는 학계와 정부의 요직을 거치면서 한국의 국가발전과 현대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역시 국제회의와 외국학회 등에 부지런히 참석하며 필자가 만난 중국 간부들처럼 국가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간부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간부들이 여기저기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행정 분야의 국제회의 등에서 영어 등 외국어를 하지 못해도 통역직원을 대동하며 한국의 행정과 정책을 열심히 설파하는 우리의 공직자를 만난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최근의 경제위기 탓일까? 아니면 우리의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탓일까?

김판석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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