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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선수 생활한 적 없는 축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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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첼시라는 팀이 있습니다. 2010∼2011 시즌 2위팀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명문팀으로 발돋움했습니다. 돈도 많고 유명한 선수도 많지요. 이 팀에 34세의 젊은 감독이 취임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연봉 약 90억원을 받을 포르투갈 출신의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라는 사람입니다. 위약금으로 전 소속팀에 약 231억원을 지불했다니 능력이 있는가 봅니다.

그는 2010∼2011 시즌 포르투갈에서 FC포르투를 이끌고 정규리그·FA컵·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뒀습니다. 흥미를 끄는 점은 그가 젊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선수 경력이 없는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즉 그는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유명한 감독 중에 간혹 프로 선수였으나 무명이었던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선수 경험이 없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그가 축구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가 17세 때 자신이 서포터로 있던 포르투 감독에게 왜 공격수 도밍고스 파시엔시아를 출전시키지 않느냐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감독인 보비 롭슨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는군요. 이것도 조금 이상하군요. 10대 서포터가 보낸 편지에 감독이 그런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보아스의 자료를 읽어 본 감독은 그를 팀의 유소년팀 코치 훈련생으로 추천했고 이것이 보아스의 축구 지도자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보아스를 보면 선수와 감독의 역할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는 지시된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이 우선이겠지요. 아무리 창의적인 개인기를 가졌다 해도 팀플레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수가 작전을 짜고 팀 전체를 조율하지는 않겠지요. 감독은 전략, 전술을 짜는 것은 물론이고 팀 전체를 이끌어 갈 능력이 있어야 하고 구단주, 언론도 능숙하게 다뤄야 하겠지요. 그런데 한국 프로축구팀에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을 찾기는 힘듭니다. 물론 유럽도 마찬가지이긴 하지요.

같은 감독이라 해도 영화감독은 축구감독과 다른 것 같습니다. 배우를 해야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감독과 배우는 처음부터 분리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감독이 되기로 하고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역할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배우 겸 감독도 꽤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감독과 배우는 별개 분야입니다.

보아스는 처음부터 감독으로 키워진 것 같습니다. 그는 10대에 감독 면허를 획득했고 21세에는 감독으로 데뷔했으니까요. 선수도 유소년팀에서 성장을 시작하듯이 이제 감독도 유소년 시절부터 육성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요. 보아스는 첼시 감독이 되기까지 거의 17년간을 감독 훈련을 받았습니다. 전문 감독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탁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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