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인순] 장애인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 기사의 사진

길을 걷다 거리에서, 또는 건물 입구에서 계단이나 나지막한 턱을 발견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별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거나 턱을 넘어 갈 길을 재촉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휠체어에 타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몇 개 안 되는 계단 혹은 야트막한 턱일지라도 마치 태산준령처럼 느껴져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이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장애인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모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권리,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장애인 편의시설 표준 상세 도면’은 바로 이 당연한 권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놀랍게도 14년 전이다.

그들 눈높이 맞춰 설계해야

1998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다중 이용 건물의 경우 장애인 등을 배려하여 설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의 건축물들은 이러한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이 낮은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의 불편한 건축물 이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또 이용 빈도수가 적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권리가 외면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설계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고, 대부분의 건축물에서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편의를 위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휠체어 사용자나 시각장애인은 건물 사용에 접근방법이 다르고 건물의 현황도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술 적용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장애인별 특성과 이용 행태를 분석, 반영한 설계도면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출입구에서부터 주차장, 승강기, 화장실 등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설계자들이 현장에서 편리하게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표준 상세 도면’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설계에 가장 잘 맞는 유형을 골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진다면 많은 설계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로써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축물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편의 시설 표준 상세 도면’을 공동으로 제작, 건축사와 건축공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감수를 받아 올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설계사무소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이 표준 도면은 실제 설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CAD 도면으로 제작되어 현장의 설계자들이 좀 더 손쉽게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 표준 도면이 도움될 터

또한 국가 표준의 설계 기준이 마련됨으로써 시공 오류와 재시공에 따른 불편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장애인들이 어느 건축물에서든 나아진 조건의 편의 시설 속에서 더욱 편리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복지정책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 복지 수준은 그 나라의 위상과 선진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 말부터 각종 공공시설에 국가별로 상황에 맞는 설치 규정을 마련하여 장애인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뒤늦게 시작한 만큼 복지 선진국들과 격차를 줄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정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편의증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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