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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30년 넘은 몸싸움

[데스크시각-고승욱] 30년 넘은 몸싸움 기사의 사진

과거 ‘경찰 수사권 독립’으로 불렸던 검·경 수사권 조정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오래됐지만 민감한 사안이다.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간부 5명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할 정도니 예민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정치권에서 개혁안이 발표된 뒤 석 달 넘게 진행된 갑론을박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검찰과 경찰의 감정싸움과 이도저도 못하는 정치권이 있었을 뿐이다.

본격적인 싸움은 1980년에 시작됐다. 80년 2월에 퇴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가 국회에 건의서를 냈다. 경찰관이 구속영장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하도록 제도를 바꿔 달라는 게 요지였다. 새 헌법이 나왔으니 형사소송법도 손을 봐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경찰은 대(對)국회 로비 지침서를 간부들에게 배포했고 검찰은 반박자료를 만들었다. 변호사와 학자들도 한마디씩 거들고,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두 달 후에 신현확 국무총리가 김종환 내무장관과 백상기 법무장관을 불러 “그만하라”고 지시했다. 서슬 퍼런 시절이었다. 그 한 마디에 검·경 모두 입을 꼭 다물었다. 헌정사상 처음 시작된 경찰의 ‘독립운동’ 치고는 허무한 결론이었다.

88년 12월 경찰은 다시 운을 띄웠다. 이번에는 경찰대 부설 수사간부연수소(현 경찰수사연수원)가 연구 보고서를 내는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검찰이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검찰은 피의자 인권 보호를 내세웠다. 경찰은 검찰의 권력 독점을 문제 삼았다. 논쟁이 잠시 이어졌지만 곧 흐지부지됐다. 경찰이 보고서를 토대로 논리를 쌓고 힘을 키웠다는 게 조금 달라진 점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두 번째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자치경찰을 공약했던 김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99년 5월 독자 수사권 확보를 골자로 하는 경찰개혁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김 대통령의 내락을 받은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19년 전 허무하게 끝났던 ‘독립운동’을 재개하는 만큼 의지는 대단했다. 경찰대 총동문회가 성명서 발표를 예고했다. 집단행동으로 읽혔다.

검찰의 빗장수비도 만만치 않았다. 경찰이 행사했던 즉결심판청구권을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박상천 법무장관은 곧바로 반박 보고서를 만들어 김 대통령에게 냈다. 인권 보호와 권력 독점이라는 주장은 그대로인데 액션은 커졌다. 검찰의 비리 경찰관 수사가 부쩍 늘었다.

두 번째도 결론은 없었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논의를 중단하라고 했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청와대 지시를 어기고 대자보를 붙였다가 서장 자리를 내놓은 일도 있었지만 그렇게 끝났다.

2011년 검·경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달라진 건 없다. 논쟁은 거칠고 행동은 더 과격하다. 경찰관은 모여서 검사를 성토했고, 검사는 수사 중단을 외치며 압박했다. 경찰청장은 모든 경찰은 직을 걸고 나서라고 종용했다. 검사들은 실제로 사표를 쓰며 직을 걸었다.

예나 지금이나 갈등을 빚는 검·경에게 국민은 관심 밖이다. 검찰은 과거 경찰의 고문과 강압수사 관행을 문제 삼는다. 과거에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경찰의 자질 문제도 단골 메뉴다. 그것도 지금은 다르다. 인권 보호와 혁신은 검·경 모두 고민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은 검찰이 권력을 쥐고 부려먹기만 한다고 불만이다. 대표적인 감정적 발언이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의 핵심은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현실을 어떻게 법체계에 반영하느냐다. 출발점은 국민의 권익이고 편의다. 항생제만 오남용이 심각한 게 아니다. 자의적 수사,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권력 행사를 어떻게 견제하고 바로잡을 것이냐를 놓고 이성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과거 논의를 중단시키기만 했던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통령령이 나올 때까지 몸싸움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승욱 사회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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